‘미션 트립’의 계절, 어떻게 선교해야 하는가?
‘미션 트립’의 계절, 어떻게 선교해야 하는가?
  • 이정순
  • 승인 2023.07.2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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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더위를 피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너도나도 피서지를 향하고 있다. 여름철 한때 휴가를 떠나는 것은 사람들의 오래된 관습 같다. 더욱이 코로나가 끝나고 느끼는 해방감에서 사람들은 이번 여름이 특별하기만 하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갑작스런 극한 호우로 삶의 터전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다시 생겨났고, 또 역사의 퇴행으로 인해 이 땅의 불의를 바로잡기 위해 이 시간도 많은 사람들이 애를 쓰고 있는 것 역시 우리의 현실이다. 마음 한구석에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모두 잠시라도 휴식을 취해야 하는 계절임에는 분명하다.

너도나도 휴가지로, 특히 해외로 해외로 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 교회들 역시 ‘미션 트립’이라는 이름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막혔던 대면 선교가 다시 활성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휴가 시즌을 이용해 많은 교회들이 미션 트립 팀을 조직하여 앞다투어 해외로 출국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 개신교는 미국 다음으로 전 세계에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한 국가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서양 선교사에 의한 선교가 대성공을 거둔 유일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지난 1월 15일에 BBC News 코리아에서는 “네팔 ‘기독교 열풍’ 이끄는 한인 선교사에 엇갈린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공영방송으로 유명한 영국 BBC 방송의 기자들이 네팔 현지에 들어가 한인 선교사들과 네팔 사람들을 취재하여 한인 선교사들의 선교 현황과 이에 대한 현지인들의 우려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한국 교회의 해외 선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시의적절한 방송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이 방송은 유툽에 공개되어 있는데 26만4천명이 시청한 걸로 나와 있다. 또 3,000여 개의 댓글도 달려 있다. 그만큼 한국 교회의 해외 선교가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끌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힌두교 국가로 잘 알려진 네팔은 오랫동안 왕정 통치가 계속 지속되다 190년대 후반부터 10여년간 내전을 겪은 바 있다. 마침내 2008년에 왕정이 무너지고 헌법에 기반한 세속국가인 ‘네팔연방민주공화국’이 시작되었다. 2015년에 네팔 정부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천명했다. 네팔은 인구의 80% 이상이 힌두교를 믿는 국가이지만, 불교, 이슬람, 민속 종교, 기독교 등 모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세속 국가’이다. BBC에 따르면, 네팔의 전체 인구 3000만 명 중 힌두교인은 81.3%, 불교인은 9%, 이슬람교인은 4%로 구성되어 있고, 기독교는 소수 종교에 속한다. 1961년에 네팔의 기독교인은 458명에 불과했는데,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늘어서 현재 기독교인은 54만5000명에 달한다. 급성장을 이룬 것이다. 이 배후에는 한국 선교사들의 공로가 절대적이었다고 한다. 즉 2008년 이후 세속 국가로 변한 네팔에 한국 선교사들이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이들의 활발한 선교의 결과로 오늘날 네팔의 기독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종교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BBC는 “한인 선교사들은 복음 전파가 어려운 곳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며, 쫓겨나는 것도 기꺼이 감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 선교사 부부를 집중적으로 인터뷰했다. 이들은 20년째 네팔에서 사역하고 있는데, 약 300여 명의 선교사 가정이 주위에 살 정도로 한국 선교사는 네팔에서 유명한 존재들이 되었다고 한다. 이 선교사 부부는 현재까지 70여 개의 교회를 세웠다고 한다. 지역 사회가 부지를 제공하면 선교사들이 건축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교회가 세워지고 있으며, 그 결과 “거의 모든 산골짜기에 교회가 세워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긍정적인 보도 외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BBC는 한인 선교사들의 활발한 선교로 기독교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네팔의 지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등장한 카말 타파 네팔 전 총리는 한인 선교사들의 선교로 인해 네팔인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국가체제가 위태로워 지고 있으며, 사회적 화합 역시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네팔 정부는 2018년 개종금지법을 제정해서 타인에게 개종을 권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힌두교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명목에서이다. 말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세속국가라고 하면서도 이런 법을 제정한 것을 보면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를 엿볼 수 있다.

현재 네팔에서 ‘타인에게 종교를 강요하거나 타인을 개종시키는 행위’는 불법이다. 누구든 ‘개종금지법’을 어겨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법은 모든 종교에 적용되지만, 지금까지 기소된 것은 기독교인뿐이라고 한다. 카말 타파 전 네팔 부총리는 “기독교인만이 조직적 개종을 시도하며, 그래서 혐의를 받는 것이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BBC에 따르면 ‘개종금지법’에 따른 처벌 위험에도, 한인 선교사들은 비밀리에 선교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로 인해 곳곳에서 종교적 갈등과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인 선교사들은 한결같이 이런 갈등은 불가피한 것이고, 어떤 경우라도 복음은 전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히말라야를 바로 보고 세워진 교회 모습 /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기독교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선교 사역은 너무도 중요한 사역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기독교인은 없다. 선교의 소명을 받고 낯선 외지에 나가 온갖 어려움을 감당하며 묵묵히 복음을 전파하는 모든 선교사들의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네팔의 경우 힌두교 카스트 제도의 가장 큰 피해자인 밑바닥 계층인 ‘달리트’(불가촉민)들이 기독교로 개종을 하면서 카스트 제도의 억압과 차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이는 기독교 메시지의 핵심인 해방과 자유가 실현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그 어떤 종교도 순수한 종교로 존재하거나 나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진리 역시 중요하다. 예수를 통해 계시된 복음의 진리가 인간의 입을 통해 선포되면 반드시 그 지역에 잘 뿌리내려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은 문화, 언어, 종교, 전통 등을 의미한다. 천주교와 개신교를 포함한 한국 그리스도교는 5,000여년에 걸쳐 내려오는 한국의 전통 종교문화와 극심한 충돌을 겪은 것도 사실이지만, 알게 모르게 그들과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한국 그리스도교’라는 독특한 종교와 영성을 만들어 내었다. ‘새벽기도의 영성’,과 ‘통성기도의 영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네팔 기독교도 그렇게 발전되기를 기도한다. 네팔인이 네팔어로 성경을 읽고 찬양하고 기도를 드리는 것 그 자체가 이미 그 문화에 뿌리 내리기 시작한 기독교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네팔 박타푸르의 한 교회에서 치유를 위해 안수 기도하는 모습 /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BBC 방송 보도를 접한 후 같은 네팔 지역에서 나타난 또 다른 선교 사례를 알게 되었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히말라야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강원희 박사였다. 강 박사는 지난 5월 26일 8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병원 의사로서 평범한 삶을 살다가 42세의 늦은 나이에 ‘꼬리도 머리도 아닌 인생의 가운데 토막을 하나님께 드리고 싶다’고 고백하며, 의료 선교사로 파송되어 네팔로 건너갔고, 약 40년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펼쳤다. 네팔에서 그의 진료 현장을 취재한 오래전 영상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는 정기적으로 10시간 이상 차를 타고 오지 마을 진료를 나가곤 했다. 그런데 예수를 믿으라고 한 적도 없는데 그의 헌신적인 진료에 감동이 되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기독교인이 되곤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두 세 명 정도의 선교사를 잘 훈련시켜 이런 가난하고 소외된 오지 마을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여기 와서 바로 전도하고 교회 짓지 말고 먼저 가난한 그들 곁에서 좋은 이웃으로 살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다 이웃 중 누구라도 아프면 바로 자기 병원에 데려와 달라고 했다. 그러면 전도하지 않아도 그 사랑에 감동을 받아 자동으로 전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자신이 하고 있는 선교라고 소개했다. 사랑과 연민의 자세로 낮은 곳에서 그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 그들을 섬기는 것이 바로 선교의 본질임을 그는 삶으로 잘 보여주었다. 강 박사의 선교는 선교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21세기 지구화 시대에 선교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계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오늘의 시대에 선교의 본질은 무엇인가? 피선교지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종교적,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것인가? 이런 중요한 물음들은 기독교 선교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물음들이다. 더 나아가, 선교의 방향을 개종과 교회 개척에만 집중한 채 사회적인 측면의 선교를 외면하는 문제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그 사회, 그 나라가 어찌 되던 기독교인만 늘리고 교회만 세우면 된다는 식의 선교는 과거 서양의 기독교가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저질렀던 이른바 ‘제국주의 선교’를 반복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될 뿐이다.

카트만두 지역의 한 교회 예배 모습 /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모름지기 선교란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복음을 선포하여 개인을 기독교 신앙의 길로 이끄는 것뿐만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공동체, 사회, 국가, 세계 전체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나라, 곧 정의와 평화가 샘솟는 나라로 바꾸어 나가는 것까지 포함한다. 즉 하나님의 뜻을 개인의 내면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두 가지 측면은 분리되어 있지 않고 결합되어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기독교 선교는 복음의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을 동등하게 중요시하고 실천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은 신학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기도해야 할 과제이다. “기독교가 들어가더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네팔인들이 더 행복하고 잘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BBC 방송에 달린 여러 댓글 중 하나이다. 필자 역시 그렇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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