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을 끓여야 하는데
미역국을 끓여야 하는데
  • 신상균
  • 승인 2023.08.03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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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해피버스데이 투유

7월 29일 해피버스데이 투유

7월 25일은 아들 생일, 7월 29일은 딸 생일,

일주일의 처음과 끝이 생일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생일 케이크가 냉장고의 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엄마에게도 좋아하는 음식이 무어냐고 묻습니다.

그 이유는 아내 생일이 음력 6월 16일인데 금년에는 8월 2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내도 좋아하는 음식을 결정하고 저녁에 나가서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 생일을 앞두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이 된 딸이 엄마 생일에는 자기가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침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게 걸립니다.

왜냐하면 우리교회 성도님들 중에는 아내 생일날 미역국 끓여주는 남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나이도 많은 성도님들이 아내의 생일날 미역국 끓이는 것을 알고 있는데 아침을 차린다는 말에 당연히 그 말이 생각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미역국 끓여달라는 말은 안했지만 아내도 내심 부러운 눈치였습니다.

한번도 미역국을 끓일 자신이 없던 저는 아내에게 묻습니다.

“내일 아침에 나가서 뭐 사먹을까?”

그런데 아내는 대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말합니다.

“미역국 긇이는게 어렵다는데”

그러자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미역국 끓이는게 제일 쉬어요.”

꼼짝 없이 미역국을 끓이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때 교회 권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사모님, 제가 미역국 끓여놨어요. 가져다 드릴게요.”

“할렐루야!” 그 소리는 제게 복음이었습니다.

그렇게 미역국은 해결되었습니다.

 

아내 생일이 수요일이라 점심에 케이크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그 케이크도 제가 산 케이크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권사님이 아내 생일이라고 사다 주신 케이크였습니다.

아이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딸에게 기도를 시켰습니다.

딸 아이가 엄마의 생일을 축하하는 기도를 하더니 케이크를 사다주신 권사님을 위해 축복기도를 드립니다.

목사 딸 아니라고 할까봐...

 

한 교회에 오래 있으면 생일이 부담스럽습니다.

왜냐하면 늘 목사와 그 가족들을 챙겨주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런분들이 있기 때문에 목회를 하면서도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수요일 저녁 웬지 모르게 신이 납니다.

성도들의 얼굴을 보는데 반갑고 좋습니다.

오래될수록 둔해져야 하는데 아직도 받는 것이 좋은가 봅니다.

금년 아내의 생일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내년에는 제가 미역국을 끓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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