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은 교회와서 예배드리는 날이예요
주일은 교회와서 예배드리는 날이예요
  • 신상균
  • 승인 2024.02.14 1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일 아이들이 예배를 안 드리려나 봐요” 설날인 토요일, 아내가 깜짝 놀라 말을 했습니다. “무슨 이야기야?” 나도 당황해서 물었습니다. “교회학교 밴드에 아동부 선생님이 내일 못 온다고 올라왔어요.” 갑자기 코로나 때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2019년 2월 지방에서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그때 성지순례 다녀왔던 여행객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고 하면서 성지순례를 다녀온 우리 지방에도 난리가 났습니다. 토요일이 되었을 때 교육전도사가 교사들에게 주일 예배를 안 드린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저는 교육전도사에게 야단을 쳤습니다. 그러자 하는 말이 “감리사님 교회에서 예배를 안 드린다고 해서 우리도 안 드리는 줄 알았는데요”하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화가 난 저는 교육전도사에게 “그럼 감리사님 교회로 가”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상황이 또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설날을 맞이하여 친정에 갔던 교사, 자녀를 만나 서울에 갔던 교사, 가족과 함께 모임을 갖게 된 교사들이 대거 참석을 하지 않으면서 교사 한 사람만 남았던 것입니다. 혼자 남게 된 당황한 교사는 어찌 할줄을 몰랐고, 아이들에게 예배를 안 드린다고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그때처럼 말이죠, 다행히 아내가 먼저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혼자 남게 된 교사에게 예배를 드리라고 말을 했던 것입니다.

새벽 예배가 끝나고 혼자 남게 된 교사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주일은 예배드리는 날입니다. 그런데 예배를 안 드린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자 혼자 남게 된 교사는 “저도 그래서 식구들 다 뿌리치고 왔어요.” 하고 대답하는 것입니다.

왜 그 교사는 식구들에게 욕을 얻어 먹으면서도 주일날 교회 오고, 다른 교사는 식구들과 함께 모임을 가질까요? 더 이상한 건 그 교사는 가족들이 믿지 않았고, 다른 교사는 가족이 믿었는데 왜 주일 교회를 지키는 건 믿지 않는 가족들을 둔 교사였을까요.

오래될수록 전통을 지켜야 하는데, 오래될수록 전통보다는 여유를 부립니다. 오래될수록 율법을 더 철저히 지켜야 하는데, 오래될수록 율법을 등한시 합니다. 마치 사순절이 사라지는 것처럼, 그동안 지켜왔던 교회의 전통들이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교회의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때로는 고리타분하기도 합니다. 옛날 꼰대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율법주의자처럼 보여질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일을 지키는 이유는 어린시절 보아왔던 신앙의 선생님들 때문입니다.

나의 목회를 다시 한번 되돌아 봅니다. 과연 나는 교인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편한 교회, 내용을 중요시해서 형식을 무시하는 교회, 마음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율법을 외면하는 교회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내용이 형식으로 표출되고, 마음이 율법을 통해 완성되는 교회를 만들 것인가? 120년된 교회의 담임목사로서 전통을 고집하는 것은 미련한 생각일까?

그날 나는 아동부 예배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아이들에게 설교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주일은 교회와서 예배드리는 날이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