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시던 목사님
기다리시던 목사님
  • 신상균
  • 승인 2023.10.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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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를 시작하면서 선교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일년에 한번은 감사의 예물로 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추석이면 목사님들을 찾아갔습니다.

때로는 목사님을 못만날 때도 있었지만 도와주심에 감사하며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나님의 은혜로 이제는 도움을 주는 목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항상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는 곳이 있었습니다.

저의 본교회 목사님이셨습니다.

저를 세례주고, 목사안수주고, 결혼식 주례해주시고, 그리고 임지를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목사님이십니다.

이미 은퇴하셔서 연세가 많이 드셨지만 추석이면 매년 선물을 보냈습니다.

그러면 꼭 전화를 하셔서 격려해 주시고 축복해 주셨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사과나무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매년 가을 추석에 사과를 보내었습니다.

그런데 과수화상병이 들면서 사과나무를 잘라내었고, 더 이상 사과를 보낼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그해부터 교회 밭에 고구마 농사를 지었고, 그래서 추석이면 고구마를 보냈습니다.

고구마를 보내던 첫해, 사모님이 고맙다고 전화하셨습니다. ’

그러면서 나이가 드니 고구마가 맛있다고 하셨습니다.

가격으로 따지면 사과 값에 미치지 못했지만 맛있다고 하셔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금년에도 고구마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추석 바로 전에 고구마를 캐었습니다.

예전같으면 추석전에 도착했는데, 추석전에 도착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부랴부랴 서둘러 우체국에 가 택배를 부쳤습니다.

그런데 우체국에서 새주소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목사님이 사시는 곳이 아파트 단지인데 정확하게 주소를 적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소를 확인차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목사님이 말씀하십니다.

“안그래도 아내가 금년에 신목사님이 고구마를 보낼텐데하고 기다렸어.”

그 순간 마음이 찡해왔습니다.

‘기다리고 계셨구나’

은퇴하시고 멀리서 사시는 목사님 내외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았을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목사님과 사모님의 기다림에 실망시키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우리 교회도 여러 교회를 돕습니다.

그런데 금년 추석에는 한군데만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저는 하나도 기다리고 있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추석에 선물을 한다던지 전화를 하는 목사님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연락을 하고 선물을 보냅니다.

그런데 5년 6년 지나면 연락이 끊깁니다.

어떤 목사님은 20년이 되었는데도 선물은커녕 전화 한 통화도 없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기다림이 이루어진다는 것

그것은 나의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또 한해가 지나갑니다.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는 축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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