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노인 사회
필요한 노인 사회
  • 김재용
  • 승인 2018.12.1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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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목회 칼럼 36

제목이 조금 당황스럽다. ‘노인 사회’라는 단어를 수식하기 위해서 ‘필요한’이라는 말을 갖고 왔는데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영화가 있었고, 노인에 대한 사회 이슈가 된 책들도 있었다. 노인 세대의 필요성에 대해서 잠시 말하고 싶어서 필요한 노인 사회라고 제목을 만들어 보았다. 왜냐하면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자신들의 취업 문제의 난황을 장년과 노인의 탓으로 돌리는 이들도 있어서 그들의 시각을 교정해 보고 싶다.

시간을 되돌려 보면, 농업을 하던 시대에는 사계절에 따라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하며 저장하여 생활하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교과서를 통해 농사법이 전달된 것이 아니라, 부모에 의해서 자녀에게 전달되는 교육이었기 때문에 어른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또한 마을에 중요한 일을 정해야 할 때도 어른이 필요했다. 예전에 어떤 결정이 있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어른의 한 마디는 권위가 있었고 그 말에는 모두가 따라야 하는 법이 되었다.

그러나 지식사회를 넘어오면서 지식은 다수에게 제공되고 다양한 교육 방법과 재료에 따라서 습득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최근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경우를 보면, 유투브를 통해서 자신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검색하면 거의 대다수의 정보가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정보와 경험들이 축적되고 검색해서 자신의 정보와 지식으로 변환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노년기의 어른들도 검색을 해서 다양한 정보를 누리고 있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노년의 정보 습득과 운용에 비해 유소년들의 습득력이 더 빠르다고 보는 것이 맞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누적된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른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배우려 하지 않게 되는 문화도 형성되었다.

목회 비전에 대해 의논할 일이 생겼다. 구체적으로는 아프리카 선교를 해야 하는데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선교에 열정이며 아프리카 선교를 위해서 직접 뛰고 계시는 원로 목사님께 연락을 드리고 만남을 약속하고 찾아가서 만나고 왔다. 속이 시원하고 말씀을 듣는 중에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또한 중요한 인맥이라고 할 수 있는 휴먼 네트워크를 얻게 되었다. 아프리카 선교를 하고 있는 현재의 다른 교회 그리고 교단 내에서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선교사들의 반응도 알 수 있었고, 아울러 베이스캠프로 해야 할 지리적 경제적 사회적 요충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유투브에서, 선교학 교과서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른은 그 삶을 통해 기록한 정보를 갖고 있는 존재가 아니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기록 이상을 넘는 보고(寶庫)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지식과 정보로만이 아니라 경험과 실패를 통해 정리된 정보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삶을 통해 형성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목회 일선에서 후임자가 내정되고 취임식을 끝내면 선임자의 기록을 모두 지우려 하는 일들을 종종 보게 된다. 교역자 뿐 아니라 평신도들도 단체장에 임명되면 전임이 한 일을 지우려고 하고 정치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위대한 문화유산은 지워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형성된 것을 유지하면서 더욱 발전해 나간 것이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발견하는 것은 나쁜 역사도 좋은 역사도 모두 그 흔적과 유산을 남기고 반성하기도 하면 더욱 창대하게 발전시키기도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근현대사 뿐 아니라 많은 것이 파손되고 ‘새 정부’, ‘새 정권’에 의해 등등의 표현으로 변화가 우선되는 경향이 있다.

어른을 다시 살펴보자, 그 안에는 우리의 걱정과 두려움을 깨끗하게 씻겨줄 지혜가 있다. 노인 사회는 그래서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필요한 노인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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