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가족관계증명서
‘천국’ 가족관계증명서
  • 김재용
  • 승인 2018.12.06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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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목회 칼럼 35

지역에서 행정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찾아가야 하는 곳은 주민자치센터, 일명 동사무소에 가서 등본을 발급받기도 하고, 주민등록에 관련된 사항, 복지, 병무 등 다양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다. 주민들 대부분이 이용하는 일은 등초본 발급이 많은 편이고, 인감증명서 발급과 복지에 관련된 일이 많아 보인다. 교회와 관련되어 일을 하다 보면 동사무소 외에도 대표성이 있다 보니, 세무서에 가서 발급을 하는 일들도 있는데 이용하는 시스템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왠지 세무서에 가서는 주민자치센터에서 가서 발급 업무를 볼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세무서에 갔을 때의 일이다. 어렵게 주차하고 번호표를 받고, 그리고 나서 발급 업무를 하려니 전자 기기에서 할 수 있다고 안내를 해 준다. 마치 대형 모니터의 터치스크린에 내용에 맞추어 클릭을 하면 원하는 것을 발급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나 또한 기다렸으나 기다린 후에 도움을 주는 사람의 말이 이 업무는 창구에서 하셔야 합니다. 기다림의 시간을 날리고 다시 번호표를 뽑아서 창구 라인에 섰다. 순서가 되어 발급하고 나오는 길에 안내문 하나를 발견했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가정에서 발급가능하다는 공지였다. 내 속으로 말한다. ‘바보야, 한 번 알아보고 오지’ 그러나 이게 나만의 문제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식사를 간단히 하자는 의견에 햄버거를 먹기 위해 브랜드 햄버거 점포에 들어갔다. 데스크에 일하는 직원은 음식을 호출하여 손님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고, 인력을 대신하며 세무서에서 보았던 터치스크린을 이용해서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과 결제를 하는 시스템이었다. 할인을 받아야 할 일이 있어서 이것저것 해 보다 포기하고 결국 데스크에 가서 직원에게 직접 설명하면서 주문을 한 경험이 있었다.

‘어느 순간 햄버거 주문도 편하게 할 수 없다니?’ 영어가 어눌할 때도 필리핀, 태국, 영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내가 원하는 햄버거 세트와 사이드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는데, 국어를 사용하는 국내에서 이런 경험을 하다니 생각하지 못한 당황스러움이었다. 연세 드신 분들의 경우는 더 하리라 생각이 들었다. 물론 주변에 도움을 청하여 얼마든지 할 수 있으나, 변화하는 속도에 읽을 수 있는 한글임에도 불구하고 편하지 못한 내 마음 상태가 말하는 당황스러움을 어찌 감출 수 있을까?

우리 어렸을 때는 호적등본이라고 하던 것이 호적제가 변화하여 가족관계증명서를 통해서 확인하는 절차를 갖게 되는데, 민원24를 통해서는 등초본과 세무 업무에 관련된 사항을 발급할 수 있고, 가족관계증명서는 법원에서 관리하는 것이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자동 링크를 통해서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민원 24와 다른 것은 정해진 업무 시간에 발급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국민학교가 초등학교가 되고, 많은 것이 변화하여 지금까지 왔으나, 우리에게 변화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가족관계증명”과 같은 가족의 히스토리일 것이다.

내가 누구의 아들, 딸이며 자녀는 어떻게 되는지와 언제 출생하고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 나를 중심으로 발급할 때, 자녀를 중심으로 발급할 때, 출력의 범위가 달라지게 되어있다. 사회는 변화되어 햄버거 주문을 하는 것도 편리하지만 이용방법을 모르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비용을 절약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터치스크린이 뭐라고 짜증을 부리는 이도 보았다. 물론 젊은 사람이어서 마음 한편이 슬프지만은 않았다.

변화를 못 따라 간다고 서운해 하거나 낙망하지 말고, “가족관계증명서”를 보면 아무리 사회가 변화되고 발전해도 항상 남아있는 관계를 잊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과의 관계증명서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무심코 클릭만으로 출력할 관계일까? 만약에 ‘천국’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해 본다면 우리는 하나님과 어떤 관계를 갖고 살아가고 있을까? 은빛의 지혜를 갖고 사는 노년이 삶은 지금 환경을 맞추지 못하는 것에 불안해 할 일이 아니라, 궁극의 삶을 지향하면 살아가는 가운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 것인가에 관심을 두는 것이 더 행복한 길이라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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