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계획
신년계획
  • 김재용
  • 승인 2018.12.27 0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인목회 칼럼 38

어렸을 때 기억을 떠 올려 보면, 은행이나 기업들이 홍보하기 위해서 주는 달력을 받아들고 들어오시던 부모님이 생각난다. 그러면 가족들은 자신이 사용할 달력을 선택해서 갖고 들어가서는 이미 박혀있던 못을 이용해 벽에 걸거나 탁상에 놓고 사용하곤 했다. 새 달력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하던 일은 내 생일을 달력마다 동그라미로 표시하고 이름을 적던 기억이 있다. 조금 성장하였을 때는 가족들 생일을 기록하게 되었고, 결혼하고 나서는 추도일을 포함해서 기록하게 되었다. 문득 신년달력을 사용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즈음에 달력을 받아서 하던 옛 추억이 생각났다.

‘신년계획’

목회의 결산과 미래를 위한 계획을 여는 시점은 당회, 구역회이다. 마무리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여는 시점이기에 목회자를 비롯해 교회의 중요임원들은 중요하게 생각하고 심혈을 기울여 자료를 만들고 예결산을 비롯해서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고 섬세하게 준비하고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한다. 목회를 통해 이런 습관이 이제는 몸에 베인 터라 자연스럽게 신년 계획을 세우고자 달력을 마주하게 되었다.

달력을 보니, 언제나 그렇듯이 가족의 생일, 성도들의 생일, 가족의 대소사로 체크되어 있었다. 문득 ‘아버지의 달력은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달력 안에는 어떤 계획을 미리 기록해 놓으셨을까? 일반적으로 노인이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소일거리라도 하면서 즐거움과 성취를 맛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정신 건강을 좋게 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적당한 운동은 필수이다.

그렇다면 신년도 달력에는 우리 부모님의 계획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버지는 온통 자녀와 손주들의 생일과 대소사로 가득 채워 놓고 정작 자신의 꿈과 행복에 대해서는 달력에 기록한 것이 없었다.

요즘 트렌드는 ‘소확행’이 대세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소박하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한다. 작은 것이라도 행복을 위해 달력에 기록하고 계획을 세울 만도 한데 계획은 없었다. 주일에 노인 선교회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보면, 온양 온천까지 댁에서 출발해서 다녀온 이야기, 온천장 이용금액이 올랐다고 하시기도 하고, 춘천에 가서는 어떤 것을 하고 오니 좋았다고 하시면서 서로의 한 주간을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면, 청소년 때 교실에서 학생들이 자기의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말하던 때와 비슷한 분위기이다. 웃고, 조언도 하고, 혼자서 다녀오기도 하며 단체로 하는 일에도 함께 참여하면서 즐거움을 누리는 모습이 얼굴에 역력했다.

신년계획에는 손주와 자녀, 가족 대소사로만 달력을 채우지 말고, 여행계획이나 동아리 등 관련 모임과 더불어서 자신을 위한 계획을 세워 기록해 놓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계획이 있어야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일이며,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 힘들다고 말하기 이전에 움직일 수 있다면, 한걸음 움직일 계획을 세우는 것이 ‘소확행’ 소박한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신년계획을 달력에 기록해 보면서 즐거움을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