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장례와 관련해 떠오르는 단상 34
죽음, 장례와 관련해 떠오르는 단상 34
  • 안양준
  • 승인 2024.03.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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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속에서

「노인과 바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이요 퓰리처 상과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최고의 작품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삶의 좌표를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의 대표 작가인 헤밍웨이는 전후(戰後) 신념의 상실, 삶의 방향성을 잃은 청년들의 심리 상태와 현실을 잘 묘사하였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멕시코 만에서 조각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는 85세의 노인으로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보낸 지 벌써 84일째이라고 소개한다. 처음 40일간은 소년 마놀린이 함께 있었지만 노인에게 최악의 불운인 ‘살라오’가 붙었다며 부모가 불러가서 이후 다른 배를 타게 되었다.

작품 속에서 “이럴 때 그 애가 있었으면.”과 같은 표현을 여섯 번이나 되뇌이는 모습을 통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엿볼 수 있다. 다섯 살 때부터 고기잡이를 가르쳐주었던 아이는 늙어가는 노인을 가장 좋아했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며 계속 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노인은 야구와 양키즈 팀의 디마지오를 좋아했다. 작품 속에서 디마지오는 계속해서 등장한다. 디마지오는 실제 인물로 마랄린 먼로의 연인으로 유명한 선수이기도 하다. 소년과 디마지오는 노인에게 희망이라는 단어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얼마쯤 희망이 생겼다. 희망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심지어 그것은 죄라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늙은이, 지금은 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마라, 지금은 죄 말고도 얼마든지 생각해야 할 문제가 많다. 또한 죄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이 죄라고 생각하는 노인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노인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모든 것이 다 낡고 늙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만은 바다처럼 항상 젊고 명랑한 듯 했으며, 패배를 몰랐다.”

모든 것이 다 낡고 늙어 있는 현실 속에서도 눈빛은 바다처럼 항상 젊고 명랑했고 패배를 몰랐다는 표현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가?

“그러나 인간은 패배하려고 태어난 것은 아니다.”하고 그는 중얼댔다. “인간은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

노인은 죄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나는 죄가 뭔지 잘 모르겠고 또 그런 게 있다고 믿고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렇더라도 아마, 그 고기를 죽인 것은 죄가 될 거야. 내가 살기 위해서, 또 여러 사람에게 먹이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 할지라도 그것은 죄일 것 같다. 그렇다면 무엇이든 죄가 아닌 게 없을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죄를 생각하지 말자. 이제와서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또 돈을 받고 그러한 일을 해주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노인은 자기에게 관련된 모든 일을 즐겨 생각했다. 노인에게는 읽을 것도 라디오도 없었기 때문에 자연히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으며, 죄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했다. 너는 다만 살기 위해서라든지 팔기 위해서 고기를 죽인 것은 아니다. 다만 긍지를 위해서, 또 어부이기 때문에 고기를 죽인 것이다. 너는 고기가 살아있을 때도 사랑했고, 죽은 뒤에도 역시 사랑했다. 만약 진정 고기를 사랑한다면 죽이는 것은 죄가 아니다. 오히려 아니, 죄보다 더한 것은 아닐까?”

마침내 노인은 고기를 잡는다. 고기는 큰 배 한 척을 나란히 매어놓은 것만큼 컸다고 기록하고 있다.

“백 길 물 속에서 지금 ‘마놀린’이 낚시 바늘과 그 뾰족한 끝을 감싸고 있는 정어리를 먹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고기와의 싸움은 장장 3일을 계속해서 이어진다. 노인은 고기를 좋아한다며, 또 대단히 존경하게 되었다고도 한다. 심지어 자신은 종교를 믿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이 고기를 잡게 해주십사고 주기도문 열 번, 성모송 열 번을 외우겠다. 그리고 만약 고기를 잡기만 한다면 ‘코브르’로 순례를 가겠다고 맹세하기도 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다는 대부분 친절하고 대단히 아름답지만 갑자기 잔인하게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냘프고 구슬픈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먹이를 찾아 떠도는 새들은 이 심술궂은 바다에서 살기에 너무나 연약한 존재였던 것이다. 노인은 언제나 바다를 ‘라 마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스페인 사람들이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을 때 붙인 이름이다. 간혹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나쁜 말을 할 때가 있지만, 그말도 결국 바다를 여자로 생각하고 하는 말이다.”

노인에게 바다 역시 사랑의 대상이었다.  

“날이 어둡기 직전이었다. 조그만 섬처럼 큰 모자 반류의 해초가 해면 가까이로 떠올라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누런 담요 아래에서 바다가 누군가와 사랑을 주고받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큰 고기를 잡았지만 이후 상어들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무서워하는 것이 전혀 없는 마코 상어의 공격으로 작살과 밧줄이 모두 없어지고 말았다. 두 번째는 신락상어 두 마리가 공격하였다. 노에 묶인 칼로 물리칠 수 있었다. 고기는 사분지 일이나 없어져 버렸다. 해지기 직전에도 달려들었다. 노 손잡이로 만든 몽둥이로 물리쳤다. 자정 께쯤 또 싸워야만 했다. 상어가 떼를 지어 몰려 왔는데 이번에는 싸움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쓰고 있다.

“그렇게 멀리 나가지 말 걸 그랬다, 고기야. 하고 그는 또다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너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도 더 좋았을 텐데…. 미안하다, 고기야. 내가 너무 멀리 나갔을 때부터 이미 내 행운은 깨진 거야.”

마침내 항구에 들어오고 자신의 판잣집까지 가는 동안 그는 다섯 번을 앉아서 쉬어야만 했다. 사람들은 뼈만 남아있는 고기를 보며 “코에서 꼬리까지 무려 18피트야.”라고 놀라워 한다. 노인은 깊이 잠에 빠져들고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는 글로 작품은 끝이 난다.

헤밍웨이는 1차,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으며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1954년 비행기 사고로 두개골이 파열되고 내장까지 손상을 입게 되었고 1961년 엽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꿈을 이룬 것 같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고마는, 그럼에도 그 싸움의 과정이 얼마나 진지했는가에 따라 인생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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