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끝판
노동의 끝판
  • 최광순
  • 승인 2023.11.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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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성찬기 제작

첫 이야기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한라산 600m 중턱 관음사까지 다녀옵니다. 가까운데 곳에 학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가 일주일 동안 기숙사에 머무릅니다. 덕분에 정상은 아닐지라도 한라산을 맘껏 누립니다. 관음사를 거쳐 성판악, 절물휴양림을 거쳐 오는 길은 가히 절경입니다.

과학고에 입학한 막내가 지난 1학기 적응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모든 학교의 1, 2등이 모여 있지만 그곳에서도 다시 1등과 꼴찌가 존재합니다. 2~3년 전부터 선행했던 학생들은 학업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정신적으로 무너집니다.

그런 딸이 얼마 전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눈물을 흘립니다. 환경이나 상황은 바뀌지 않았는데 성령님과 동행하기 시작하더니 틈만 나면 감사함이, 기도와 성경을 가까이함으로 어려운 학업을 극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천국은 1등만이 존재하는 곳이 아닌데 이 땅은 항상 1등과 꼴찌를 구분하는 것 같습니다.

신학대학을 입학할 때는 모두 같은 상황이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외적 모습에 많은 차이가 납니다. 어떤 이는 대형교회의 목사로 중형교회로 시골교회로, 임지를 찾지 못해 이곳저곳을 떠도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잠수함을 타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외항선을 타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1등과 꼴찌가 아니라 주님이 주신 사명을 얼마나 즐기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주의 성령님이 함께 하시니 어렵던 상황이 즐길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는 모습입니다.

성찬기 제작이 평생의 사명일까? 생각해 봅니다. 당연히 이 일이 너무 즐겁고 좋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디딤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지 못한 일을 준비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요즘 더욱더 느낍니다.

두 번째 이야기

나무성찬기나눔 535번째.

나눔을 위한 성찬기에 정성을 더 쏟는 중입니다. 기존에 단순했던 디자인에서 조금 더 고급스럽게 제작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칠도 하여 받는 분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중입니다. 그만큼 제작에 더 많은 땀과 시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2년 이상을 사용할 줄 알았던 야적장의 통나무가 생각보다 빨리 소진되었습니다. 다시 통나무를 야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주 나무 벌목에 들어갑니다. 겨우내 벌목할 수 있는 수량이 준비되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목선반에 jig를 계속 개선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목공끌을 사용하고 지그만으로 잔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는 기존 제작과 배송에 보름 이상 걸리던 것을 배송완료까지 일주일 걸렸습니다. 지그를 활용하여 50% 작업능률을 향상했네요.

 

 

세 번째 이야기

지리산 하동에서 개척해 25년째 목회하는 이진호 목사.

 

성찬하는 인증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보기만 해도 감동이 밀려옵니다.

대장간의 대장장이는 칼을 만들지만, 전쟁에서 싸움은 못 합니다.

성찬기를 만드는 목수도 성찬을 잘하지 못합니다. 칼을 멋진 전사가 사용할 때 대장장이는 비로소 존재감이 있듯,

나무성찬기를 예배에 사용하는 목사가 있을 때 목수의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개신교는 예전이 약한 편입니다. 오직 말씀을 주장하기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혼예식에 작업복을 입고 하객으로 참여할 수 없듯 예전은 중요한 예복과 같습니다. 형식이 주가 돼서는 안 되지만 진리를 담을 수 있는 중요한 그릇이 될 수 있습니다.

532번째 성찬기 나눔이 되었습니다. 섬김을 도와주신 분이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택배로 나눌 때보다 직접 성찬기를 섬길 때 감동이 더한 것 같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

내년 성찬기에 사용할 나무를 베는 중입니다.

오랜만에 엔진톱을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온몸의 근육이 뻐근한 느낌입니다.

성찬기에 사용할 나무는 벌목부터 마지막 포장까지 모든 공정을 직접 합니다.

이렇게 벤 나무는 6개월 이상 건조해서 사용합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

노동의 끝판.

이틀 전 벤 나무를 옮기는 중입니다.

수분을 잔뜩 품은 통나무.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50cm 정도로 잘라서 옮기기 쉽게 작업하지만 지름이 30cm 이상 되는 나무는 40kg 이상 바로 넘어가 역도의 용상처럼 단계적으로 들어 올려야만 합니다.

오늘 두 차 분을 옮겨 놓았는데 쌓아놓은 나무를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요. 나무테가 드러난 나무들이 너무 예뻐 보고 또 보고~~~

 

 

제주 최광순 목사의 유투브 이야기

거꾸로 화목난로 제작 https://youtube.com/shorts/Vd-4P3F_06o?si=-zU-X3JO0_c_nkI1

나무베기 https://youtube.com/watch?v=_10H7Rs4mBk&si=J5rZ50hopXfXs8si

목공선반으로 성찬잔제작 https://youtube.com/watch?v=40B46ulTwuc&si=dJw3mDLjyUEQ8ioF

목공선반 작업 https://youtube.com/watch?v=wyC4r_u4O0w&si=3zw73OVINKe3az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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