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헌신만 4번째
냉장고 헌신만 4번째
  • 남광현
  • 승인 2023.08.2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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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수련회 준비가 한창인데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일 때문에 난감해진다. 여름 수련회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점검 사안은 바로 냉방장치이다. 여름에 에어컨이 고장 나면 바닷가 어촌교회에서는 여름 다 지날 때까지 적어도 1달 이상은 기다려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우선 살피는 것이 냉방장치 점검이다. 몇 해 전 초여름에 교회 에어컨이 고장 나 예배당에서 예배드리기를 포기하고 다른 공간에서 4주 동안 예배를 드린 경험이 있다. 서비스 신청을 하고 수리를 받기까지 무려 1달 가까이 걸렸었다.

코로나 이후, 수련회 팀들에게 교회를 개방하는 것이 올해가 처음이라 살펴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전 경험에 의해 에어컨 점검이 주가 되었다. 이런 와중에 식당 냉장고가 고장 난 것을 확인치 못했다. 첫 번째 팀이 오기로 약속된 날로부터 일주일 전 식당에서 마무리 정리를 하던 사모가 급히 필자를 찾았는데 이유는 바로 냉장고 고장이었다. 여러 교우들이 함께 살펴보았고 심지어 필자도 냉장고 확인을 한 터라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나름 완벽하게 점검을 마쳤다고 생각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결국 관리부장 권사와 재정부자 집사에게 연락을 취하고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권사님, 식당에서 사용하던 냉장고가 고장이 났어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수련회 교회가 오는데 난감하네요?”

“목사님, 그럼 빨리 서비스 불러 고쳐야지요?”

“예, 서비스센터에 연락을 해서 최대한 빨리 와 달라고는 했는데, 전화로 상태를 설명하니 아무래도 크게 고장 난 것 같다고 하면서 냉장고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결국 폐기해야 했다. 교우 누구에게 맡길 수 없어 직접 중고 매장에 가서 구입하려 했으나 물정 몰랐던 필자는 선택 장애를 경험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삼성, 엘지, 그 밖의 전자 제품 판매점을 돌다가 가성비 좋다는 준 메이커 냉장고를 선택하고 2일 내 배송설치 약속을 받았다. 교우들과 함께 소동을 치르고 겨우 정리되었을 때 권사님 한분이 교회로 올라 오셨다.

“예, 권사님 어쩐 일이세요?”

“목사님께 상의 드릴 일이 있어서요.”

“예, 어떤 일로…….?”

“목사님, 냉장고 얼마에 구입하셨어요?”

“형편상 좋은 것 못하고 80만 원대 후반의 가성비 높은 것 선택했어요.”

“목사님, 그 냉장고 제가 헌신하면 안될까요? 금액도 제가 생각한 것 만큼이네요.”

“권사님,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되요, 교회 재정에서 준비하기로 관리부장님하고 재정부장님하고 결의 되었어요”

“목사님, 제가 마음에 걸려서 그래요. 매번 쓰던 것만 드려서 그런 것 같아요.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마음이 정 그러시다면 그렇게 하시지요, 권사님께서 믿음으로 감당하시는 헌신인데 주님도 기뻐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돌아보니, 권사님의 냉장고 헌신은 13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교회 건축 후 사무실에 필요하다고 새 냉장고를 헌신해 주셨다. 그 후로 주택 냉장고가 고장 나 폐기하게 되었을 때 가정에서 쓰던 것을 급조해 주신분도 이 권사님이셨고 식당 냉장고가 고장 나자 큰 아들 혼수로 마련한 냉장고를 주택으로 올려 보내주고 주택 냉장고를 식당으로 옮겨 사용하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한 분도 바로 이 권사님이었다.

수련회 교회를 마중하려는 이 때에, 교회에 냉장고가 고장 났다는 소식을 들은 권사님은 남다른 생각을 했던 것이다. 십 수 년 동안 권사님의 헌신으로 교회의 냉장고 문제는 늘 해결 되었었는데 정작 그 헌신을 감당했던 권사님 마음에는 새것이 아니었다는 아쉬움이 늘 남아 있었던 것이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마음이기에 그 헌신의 마음을 전해들은 필자는 감동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권사님의 그 헌신의 마음이 결국 믿음의 실천적 삶이 아닌가 여겨진다. 필자가 섬기는 어촌교회에는 냉장고 헌신만 4번째인 권사님이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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