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언제 같이 식사 좀 하셔.
목사님, 언제 같이 식사 좀 하셔.
  • 남광현
  • 승인 2023.08.0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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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중반에 막내 따님과 사위의 권면을 받아 교회에 발걸음을 시작하고 이제 10년이 다 돼가는 여교우분께서 가끔 사모에게 전화를 주신다.

“사모님, 오늘 목사님하고 점심 식사 할 수 있을까요?”

“예, 성도님 목사님께 여쭤보고 전화를 드릴게요.”

“우리 막내가 오면 목사님 좋아하시는 그 식당을 꼭 가잖아요 하하하”

“따님하고 다녀오시지요?”

“그렇지 않아도 지난주 우리 교회에 와서 같이 예배드리고 점심을 거기 가서 먹었으면서 목사님도 여기 좋아하신다고 말했어요.”

“감사해요, 성도님 곧 연락드릴게요.”

평생을 배 사업에 바친 남편을 따라 어촌에서 힘들게 살아오면서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내신 분이고, 동네 토박이들로 사돈의 팔촌, 혈족을 맺고 살아오다 보니 이분이 교회에 나간다고 했을 때 동네가 시끌시끌했다고 한다. 지금은 집사의 직분까지 감당하시지만, 신앙생활 초기에는 과거의 습관과 성도로서의 생활의 차이를 알아가려고 애쓰던 모습이 필자에게는 감사함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60 중반임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시는 모습에 놀랐던 기억도 있다. 주로 단편소설이나 수필 종류의 책들을 읽으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소일삼아 마을 방파제 끝에서 작은 컨테이너를 놓고 어부들과 방문객들에게 분식을 파는 구멍가게를 운영하면서 여유 있게 책을 읽으시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다. 가끔 필자도 그곳에서 삶은 달걀과 라면 그리고 어묵을 맛나게 먹으며 읽으시는 책에 관해 담소를 나누기도 했었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방파제 구멍가게는 철거되고 치매 증상이 조금씩 나타나 집에 혼자 계시는 것보다 또래분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도움 된다고 하여 주간보호센터에 나가신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학생들 스쿨버스로 등교하듯 모시러 오고 또 모셔다드린다고 좋아하며 잘 적응하신다. 그럼에도 주일 예배 후 필자의 손을 잡으며 매우 아쉬운 듯 말씀을 건넨다.

“아유, 우리 목사님 살이 너무 많이 빠지셨어, 아직도 거기 가서 식사 못 하시지요?”

“예, 집사님, 아직은 어렵네요.”
“우리 딸이 내려오기만 하면 목사님 좋아하시는 그 집에 꼭 가요, 지난번에도 내려와서도 거기 갔어요. 목사님 생각이 많이 나서 말했더니, 우리 딸이 다음에 목사님 모시고 꼭 오라고 했어요.”

“예, 그러셨어요. 감사해요. 좋아지면 제일 먼저 집사님하고 그 집에 식사하러 가시자고요.”

“그래요, 다음에 제가 꼭 모시고 갈게요. 그나저나 살 좀 찌셔야 하는데 더 빠진 것 같어요.”

“우리 성도님들 모두가 기도해 주시는 덕에 많이 회복되고 있으니 곧 그 집에 갈 수 있을 거예요.”

교회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어촌백반집이 있는데 반찬 가짓수만 30개가 넘는다. 8,000원 치고는(필자 주: 현재는 가격이 조금 올랐다) 꽤 푸짐한 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지만 반찬은 어촌 여느 집에서 먹는 밥상처럼 평범하다. 소위 짠 반찬이라 불리는 절임 생선과 바닷가의 비릿한 내음도 경험할 수 있는 반찬이 포함된 어촌에서 받을 수 있는 밥상과 반찬들이기에 서민들에게 인기 있을 수밖에 없는 식단이다. 지금은 운전하지 못하지만, 본인이 운전할 때는 한 달이면 두세 번씩 필자 내외와 식당에서 만나자 해서 함께 식사하곤 했었는데 필자가 건강을 잃고 수술 후에 식사가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집사님의 즐거움 하나가 잠시 사라진 것이다.

치매 지연에 도움이 되는 약을 먹으면서 생활하고 있기에 멀리 떨어져 있는 자녀분들 처지에서는 늘 불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교회 사모의 역할을 크게 감사하게 여겨 주며, 가끔은 어머니의 상황을 사모에게 묻기도 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교회에 나가며 신앙생활 하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고 감사한 일인지 만날 때마다 인사를 건네곤 한다. 이것이 자녀들의 진심 어린 감사라는 것을 필자가 느낄 정도로 예쁘게 표현한다. 내가 교회에 나오지 않았으면 어쩔뻔했냐고 말하면서 교회 나오는 것이 즐겁다는 집사님, 요즘 들어서 공적인 예배를 마치면 늘 잊지 않는 집사님의 인사가 있다. 바로 이것이다.

“목사님, 언제 같이 식사 좀 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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