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집사님이 총무 해
내년에는 집사님이 총무 해
  • 남광현
  • 승인 2023.06.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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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교회에서 6월은 매우 바쁘게 지내는 달 중에 하나이다. 봄 어장의 어로행위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어부들의 피로도가 증가하는 때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어족을 수확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포구의 난전들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경우가 다반사며, 마을 아낙네들은 생선을 손질해 말리는 일로 분주하다. 그러나 교회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시기이다. 되도록 공식적인 행사는 피하고 목회일정도 사업장, 가정심방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때로는 공적인 예배까지도 영향이 있을 만큼 어수선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서는 소모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며, 그런 자리가 마련되면 목사나 사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애쓰고 있다. 만나서 소통하는 자리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소모임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속회다. 특히, 어장일로 바쁜 교우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적 모임이라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전이나 오후, 아니면 저녁 늦은 시간이 되었든 시간을 맞춰 모이고 예배드리고 다과를 나누며 담소하는 기회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그 모습 속에서 신앙성장과 믿음 생활의 의미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신앙성장에 있어 공적 모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식사 모임이라 여겨진다. 식탁 공동체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는 기독교 역사가운데 수많은 교회 공동체들이 주장해온 많은 이야기들을 제처 놓고서라도 그 의미와 중요성을 나름대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주일 예배 후 공식적 식사모임을 아직 가지지 못하고 있기에 목사가 느끼는 식탁 공동체의 필요성은 더욱 크고 간절하기까지 하다.

멀리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 달려오는 교우들에게 따뜻하고 감칠맛 나는 밥과 반찬을 나누며 교제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행복한 공동체의 모습이었는지 새록새록 떠올려지며 회복의 때를 급한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일을 감당하던 여선교회에서 주저주저하고 있기에 속만 탈 뿐이다. 이런 목사의 속내를 알아챘는지 얼마 전 사모가 인도하는 속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사모님, 00교회하고 00교회는 주일날 점심식사 한다고 하네요?”

“그래요? 우리교회도 식사를 해야 하기는 하는데……. 오랫동안 쉬어서 그런지 다들 엄두를 못 내시는 것 같아요”

“그렇지요, 다들 연세들이 높으셔서…….”

“올해 회장임기가 끝나니 내년에 젊은 회장을 세워서 하시면 되지요”

“누가 혀, 할 사람이 있는감?”

“왜 없어요, 회장은 00권사님 시키고 총무는 00집사님 시키면 되지요”

“제가요?, 총무를 해요?, 총무가 뭐하는 건데요?”

“00집사님, 총무 별거 아녀, 지금 내가 맡고 있잖아, 내가 다 알려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말어”

“아무리 그래도 해 본 사람을 시켜야지요, 저는 아직 잘 몰라요”

“허기는 그러게 허믄 되겠네, 집사님이 우리교회에서 제일로 젊으니 총무하면 되것어”

“권사님, 저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요”

그렇지 않아도 눈이 큰 젊은 집사가 놀라서 눈이 더 커졌다고 사모가 전한다. 모두가 믿음 안에서 함께 만나고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는 일에 관심이 있기에 벌써부터 내년 일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참 고맙고 감사하다. 몇 일후, 그 집사님이 교회 카페에서 사모와 커피를 나누면서 전하는 말을 엿들을 수 있었는데 속회 모임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그 집사님의 마음에는 큰 일로 여겨졌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모님, 여선교회 총무를 제가 할 수 있어요?”

“그럼요, 충분히 하실 수 있지요. 우리교회는 아직 여선교회가 하나뿐이잖아요, 사실 목사님께서 오래전부터 여선교회를 몇 개로 나누자고 하셨었어요. 그런데 연세 드신 분들이 어려워해서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이렇다보니 그동안 젊은 권사님, 집사님들이 여선교회에 잘 참여하지 않았었고요……. 지난번 속회 때 나온 이야기는 그런 이유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집사님 걱정하지 마세요.”

대화를 엿들으며, 교회 일에 관심이 있어 할 수 있는 걱정이라고 생각하니 젊은 집사님의 고민에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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