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짜리 목사
2,000원짜리 목사
  • 신상균
  • 승인 2016.09.06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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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9월 7일 수요일

내가 사는 박달재로부터 서울 방향으로 15분을 가면 앙성탄산온천이라는 곳이 있다. 탕에 몸을 담고 있으면, 몸에 기포가 발생되는 신기한 온천이다. 거리도 멀지 않아 가끔 이곳을 이용한다. 그런데 온천에 갈때마다 늘 나를 괴롭히는 일이 있었다.

온천에 들어가기 전 요금을 내면 요금을 받는 계산원이 나에게 묻는다.

“충주시민이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자신 있게 ‘아니요’라고 대답해야 하는데,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충주시민은 6,000원이고, 일반시민은 8,000원이기 때문이다. 땅을 파도 2,000원 얻기가 힘든 세상에, 2,000원 요금 할인은 언제나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게다가 내가 사는 동네는 바로 충주와 연결되어 있었고, 예전에는 우리 동네가 충주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2,000원 요금을 더 낸다는 사실이 무척 억울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런 일은 비단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이런 일에 대해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충주시민이라고 말하고 2,000원 할인을 받는다고 자랑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오면 친절하게 2,000원 할인 받는 방법까지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일이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고, 어느날부터인가 8,000원을 다 내는 것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가지 묘수가 생각났다. 요금을 낼 때 10,000원 지폐를 내는 것이었다. 그러면 계산원이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나에게 4,000원을 거슬러 주는 것이었다. 나를 충주에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충주시민이라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계산원이 스스로 선택해서 내게 준 것이었다. 그런 날은 기분이 좋았다. 마치 복권이 맞은 것처럼 휘파람을 불면서 목욕을 했다.

그러나 어떤 날은 계산원이 내게 묻는다. “충주시민이세요?” 그럼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아니요.” 양심을 속일 수 없어서 2,000원을 지불하지만 기분이 무척 좋지 않았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던 어느 날, 나는 10,000원짜리 지폐를 꺼내어 요금을 지불했다. 계산원이 나를 바라본다. 순간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이 사람이 나를 관찰하네. 나에게 물으면 어떻게 하지?”

나를 바라보던 계산원 6,000원을 거슬러 주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목욕탕에 들어서는데 갑자기 내 심장의 고동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마치 죄를 지고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불안한 그런 소리 같았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2,000원 때문에 양심을 팔아? 목욕 와서 몸은 닦으면서 죄를 지어?”

“아니야. 그건 거짓말이 아니야. 그 사람이 거슬러 준거야. 그리고 내가 사는 동네가 충주하고 붙어 있어.”

나는 제대로 목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리고 지난날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이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하나님께 회개했다. 그리고 설교시간에 내 죄를 고백했다.

“하나님은 내게 2,000원을 더 낼 수 있는 복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나는 2,000원이 아까와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2,000원짜리 목사밖에 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당당하게 난 제천사람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얼마후 다시 목욕탕에 갔다. 계산원이 나를 바라본다. 그 순간 나는 당당하게 말한다.

“나 제천 사람이예요.”

목욕탕에 들어가는 순간, 씻기도 전인데 몸과 마음이 홀가분하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 우리 성도님들이 목욕탕 할인 받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것 같다. 자랑도 아닌데 우리는 그것을 자랑했으니...

결국 목회는 목사가 사는 것이 아니던가! 그동안 나는 2,000원 짜리 목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앞으로 얼마짜리 목사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손 모아 기도한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시험에 들지 않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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