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사격
지원 사격
  • 신상균
  • 승인 2016.08.30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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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8월 31일 수요일

8월 23일(월)부터 25일(수)까지 속초한화콘도에서 충북연회 평신도 수련회가 열렸다. 처음 신청을 받았더니 2명 밖에 신청을 하지 않았다. ‘다음주에는 신청하겠지’ 하고 생각하고 한주가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신청자는 늘지 않았다.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번 수련회기간 동안 내가 설교를 한시간 맡았기 때문이었다.

외부 설교를 해보면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가 차이가 많이 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사가 설교를 하면 은혜 안 받으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열심히 집중은 하지만 편한 마음으로 듣지 못한다. 그 이유는 설교하는 목사와 성도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교를 하다보면 잘 듣는 성도들이 있다. 유머에 반응하고, 질문하면 답할 줄 알고, 찬양을 하면 함께 따라하는 성도들, 그런 성도들이 있으면 설교는 정말 파워풀한 능력이 나타난다.

그런데 성도가 졸고 있다거나, 하품을 한다거나, 딴청을 부리면 설교자는 제대로 설교를 할 수가 없게 된다.

예전에는 목사님들이 부흥회를 가면 성도들이 부흥회를 따라왔다. 지원사격을 한다는 것이었다. 목사님 설교할 때 ‘아멘’이라고 크게 응답하고, 기도해서, 목사님의 설교를 돕는다는 것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 호응을 해주면 설교가 훨씬 편하다. 전혀 낯선 사람, 설교에 은혜 안 받으려고 작정한 것 같은 사람들에게 설교를 전하면 그 만큼 힘이 든다. 다행히 오랜 시간 동안 그런 경험을 한 목사님들은 요령과 쇼맨십을 곁들여 설교를 진행하지만, 전문적인 강사가 아닌 이상 설교는 언제나 긴장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우리 성도님들이 적게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넌지시 장로님에게 말씀드렸다.

“우리 성도님들이 있어야 힘이 나는데.”

마침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권사님이 물었다.

“목사님 이번에 설교하세요? 그럼 우리가 가야지요.”

신청도 하지 않았던 권사님, 안가겠다고 했는데, 담임목사가 설교한다는 소리를 듣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가서 지원사격 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다른 성도님들에게 ‘우리 목사님 설교하시니까 가야 한다.’고 더 열심히 권고하는 것이었다.

드디어 등록마감일 나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16명이 간다고 신청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분들 중에는 수련회를 계획하고 가시는 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들 중에는 담임목사 설교하는데 지원사격하기 위해 가시는 분도 있었다.

8월 24일(화) 오전8시, 설교시간이 되었다. 나는 설교 전 기도했다.

“하나님, 설교를 통해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비밀을 온전히 전하게 하옵소서.”

강대상에 올라 ‘할렐루야!’하고 인사했다. 그러자 ‘아멘’이라는 큰 소리가 들렸다. 우리 성도님들이었다. 바로 맨 앞줄에 우리 성도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성도님들은 정말 지원군이었다. ‘아멘’ 해야 할 때 확실히 ‘아멘’ 했고, ‘웃어야’ 할 때 ‘웃어’ 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우리 성도님들은 반응을 보였다.

목사는 설교를 준비했지만, 성도들은 설교를 듣는 준비를 했다. 그로 인해 그 설교는 나 혼자만의 설교가 아니라 우리의 설교가 되었다.

나는 정말 편하게 설교할 수 있었다. 아마 내 생애 가장 기쁘고 즐겁게 설교한 것 같았다. 그것은 나 혼자 하는 설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성도님들과 함께 하는 설교,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설교였기 때문이었다.

설교가 끝나고 우리 성도님들이 왁자지껄 달려들었다.

“목사님 설교가 너무 은혜스러웠어요. 우리 목사님 짱이예요. 우리가 이 앞 자리 잡으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세요.”

그래서 나도 말했다.

“우리 성도님들 덕분이예요.”

나는 이제 깨닫는다. 결국 설교도 성도와 하나 될 때 가장 큰 능력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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