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장례와 관련해 떠오르는 단상 18
죽음, 장례와 관련해 떠오르는 단상 18
  • 안양준
  • 승인 2023.11.29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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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의 「목걸이」 속에서

“그 여자는 운명의 과오로 해서 월급장이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예쁘고 매력적인 아가씨였다. ~ 지참금도 없었고 희망도 없었으며, 돈이 많은 남자의 눈에 띄어 이해를 받고 사랑을 받고 결혼할 길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그 여자는 되는 대로 문교부의 하급 공무원과 결혼을 해버렸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것을 운명의 과오라고 단정짓는 시대 상황이었는지 그럼에도 예쁘고 매력적인 아가씨였다는 것, 그것이 그녀에게 플러스 요인일까? 마이너스 요인일까? 결국 가난한 것이 운명의 과오였다면 가난한 하급공무원과의 결혼은 그에 대한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여자는 남의 마음에 들고, 선망의 대상이 되고, 매혹적이 되고, 남들이 원하는 여자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었다고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체념하며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속으로는 신데렐라를 꿈꾼 것이다.

그리고 첨가 요소로 잘 사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는 것, 이제는 만나러 가기도 싫어졌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물론 덤덤하게 표현하기는 하지만...

짧은 소설의 발단은 그 정도로 마무리 짓고 전개 과정에서 어느 날 저녁, 남편이 손에 커다란 봉투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가난하게 태어난 그녀와 동일한 운명 과정을 밟고 살아가던 그런 남편이 아내의 취향을 알기에 별다른 계산도 없기 초청장 하나만 갖고 신나 하는 것이다.

400프랑이라는 거금을 들여 옷을 장만하고 그에 맞는 장신구가 없어 고민하던 그녀에게 남편이 돈많은 친구 이야기를 건넨다. 그래서 그녀를 찾아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리고 파티날 대성공을 거둔다.

“모든 남자들이 그 여자를 보고 이름을 묻고, 소개를 받고 싶어했다. 내각(內閣)의 모든 관리들이 모두들 그 여자와 왈츠를 추고 싶어했다. 장관도 그 여자를 주의해서 보았다.”

황홀해서 도취한 듯이 춤추는 주인공,

그렇게 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갔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을 때 목걸이를 분실한 것을 알게 되었다. 목걸이가 들었던 상자에 적힌 상호를 따라 갔지만 목걸이를 팔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걸었던 똑같은 목걸이를 3만 6청 프랑에 사서 돌려주었다.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유산 1만 8천 프랑 이외에 빌릴 수 있는 곳에서는 다 빌리고, 고리대금업자에게도 빌렸다.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고 그 돈을 갚기 위해 별 짓, 별 고생을 다하면서 10년만에 그 빚을 갚았고 이제 모습은 늙어보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때때로 남편이 사무실에 가고 없을 때면, 창문 앞에 앉아서 옛날의 자기가 그렇게 아름다웠고 그렇게도 축하를 받았던 그 무도회 생각을 꿈꾸었다고 소설에 밝히고 있다.

그리고 소설의 백미가 어느 일요일 길에서 문득 목걸이를 빌려주엇던 친구를 만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시리즈가 시작된 것이다. 친구조차 못알아보는 그 얼굴에 그 초라한 모습에 자신이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울분을 토해가며 이야기할 때,

친구가 건넨 말이 무엇인가?

“오! 가엾은 마틸드! 내 것은 가짜였단다. 그건 기껏해야 오백 프랑밖에는 안 되는 거였는데!”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난다.

인생이란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물론 목걸이에 등장하는 여인처럼 비극적인 삶은 아니더라도 결국 대부분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를 원하고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닌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강남 아파트, 고가의 외제 승용차를 타기 위해 대출을 받고, 그렇게 일확천금을 노리며 사는 동안 개인부채 1위의 나라로 우뚝 서게 되지 않았는가?

기 드 모파상은 「보봐리 부인」의 작가 플로베르에게 수학하였다. 그런 까닭에 객관주의가 자연스럽게 바탕으로 깔려있다. 절대 표현이 과하거나 허구가 심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무감동적인 필체이지만 그로 인해 주어지는 파장은 굉장히 심하다.

장편소설인 「여자의 일생」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물론 좋은 부모 덕에 많은 부를 물려받았지만, 잘 생긴 남편 때문에 심한 마음 고생을 하다가 바람 상대였던 여인의 남편으로 인해 둘이 사고로 죽임을 당하고, 이후 하나 밖에 없는 아들에게 모든 관심을 쏟아붓지만 가산만 탕진하고 그러면서도 소설 마지막 문구가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니지요.”라니 이를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목걸이」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어릴 적부터 알던 소설이지만, 모파상의 최고 작품은 그의 데뷔작인 「비계 덩어리」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사람들의 가식적인 모습, 세상에 어느 정도 이름 있고 그래서 남들이 갖지 못할 기회를 누리는 사람들의 실상이 얼마나 구역질 나는지,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의분이 생겨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수작을 말한다면 「쥘르 삼촌」이라는 단편 소설이다. 어릴 적 집안에서 말썽만 피우던 쥘르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아메리카로 건너간 것이다. 그리고 초기에 간간이 보내주던 돈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쥘르는 로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오랜 시간 소식이 끊기고 갖가지 들리던 소문조차 잠잠하던 어느날 선상에서 굴을 까서 파는 노인을 보았을 때 그가 쥘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부모는 자기 동생을 모른 체 하며 그 자리를 급히 떠나 버린다.

비극이 희극보다 던져주는 파문이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은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다만 비극으로 인해 인생의 값진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독자에게 주는 가장 귀한 선물일 것이다.

성경이 말하는 지혜는 대단한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그리 중요치 않은 것에 눈길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것에 전부를 걸고 그렇게 빨리 늙어 버리는 인생,

기독교 장례는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게 한다, 그로 인해 지금껏 걸어왔던 길에서 돌이켜 영원한 세계를 향해 발길을 내딛는다면 그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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