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마을, 독일마을, 한국마을
스코틀랜드마을, 독일마을, 한국마을
  • 서정남
  • 승인 2023.11.07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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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오세아니아 선교대회는 짧게 나누었고 다른 매체에서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 그보다 한주 앞선 주말에 문화교실의 소풍이 있었다. 나는 다양한 탐방 기회와 정보를 얻으려고 문화교실에 가입했기에 토요일이지만 주일 준비를 미리하고선 동행하였다. 기차로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두시간 거리의 아름다운 <스코틀랜드마을>인 Bundanoon이었다. 20여 명이 가볍게 도시락을 준비해서 떠났다. 끝없는 호주의 초원을 기차 창은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Bundanoon 역에 내려서 버스로 이동하는데 마침 Garden Festival 기간이라서 봉사하는 노인 운전자들에게서 해피 바이러스가 넘치고 있었다. 스코틀랜드를 호주에 옮겨다 둔 것과 같은 유럽 마을이었다. 나무도 그 옛날에 잉글랜드에서 가져와 심었다지 않나? 정원도 유료로 공개되었다. 모두가 그 아름다움에 감동하지만 나는 이전에 보았던 정원들과 속으로 비교하고 있었다.

시드니의 북서쪽에 있는 불루마운틴 지역의 정원들 조경 수준이 더 높다고 생각되었다. 그보다 더 우월한 곳은 1990년대 말에 내가 살았던 뉴질랜드 남 섬의 Christchurch이다. Garden City라는 또 다른 이름이 그 퀼리티를 전해 준다. 그런 눈의 호사로 인해 번다눈의 정원을 평가하던 중에 내 맘을 빼앗은 한 곳이 있었다. 수명이 다한 연장들을 재활용한 익살스런 부분이었다. 버리려던 삽으로 놀란 표정을 만들었고 낡은 스푼을 모아서 꽃을 만든, 이 유니크한 공간은 왜 내 눈에만 들어왔을까?

나도 그런 존재였는데 주님이 새롭게 빚어주셔서?
나도 그 시간에 가까워지고 있어서?

다른 일행은 못 보았다고 한다. Bundanoon 소풍은 그렇게 엉뚱한 것을 돌아보는 재미가 더 솔솔하였다. 그리고 돌아와서 주일을 보내고는 또 비행기를 탔다.

월요일에 선교대회를 위해 Adelaide로 가야했다. 앞선 글에 언급했듯이 갑작스런 항공편 취소에 고생이 컸었다. 선교대회 둘째 날에 바깥 구경 할 시간이 있어서 Adelaide의 <독일마을>로 갔다. 이번에는 길가에 늘어선 shop과 gallery에서 독일의 고색을 느낄 수 있었다. Gallery에는 몇 백 년 전에 독일인들이 그 풍랑을 헤치며 들고 온 올갠과 교실 책상, 나무 유모차, 부엌냄비 등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다.

유럽인들은 전통을 보존하였다.
왜 한국 마을은 없을까?

우리 민족에 대한 자가진단을 해보았다. 유럽인들보다 이민역사가 짧은 것도 요인이 될 수 있다. 고유한 것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우리들은 현대화 물결이 불어오자 거의가 전통을 미련 없이 버렸다. 모던하게 꾸민 옆집이 부러워서 할머니가 물려 준 고가구도 헐값에 상인들에게 넘기고. 벽돌집 짓겠다고 한옥을 무자비하게 헐 때, 오히려 서양인이 목숨을 다해 보존에 앞장서지 않았나? 나부터가 문제였다. 벽에 걸린 액자도 서예나 동양화는 왜 그렇게 촌스럽게 느껴지던지...

지난달 한글날 행사에 문화교실 측에서 내게 한글로 된 액자가 없냐고 물을 때 실은 많이 부끄러웠다.

이제 나는 작은 화랑을 지어서 거기서 차도 마시고 복음도 전하는 만남의 공간을 기도하고 있다. 그 시간이 현실로 도래할 때 한국 가서 골동품상을 순회해서라도 미술품, 서적, 자개농들을 싣고 올 것이다. 한국의 전통을 가득 품은 화랑이 한국마을의 출발이 되기를 소망하며, 미래형 <한국마을>을 그리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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