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밤
난민의 밤
  • 서정남
  • 승인 2023.06.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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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간이 호주 난민의 주간이었다. 호주는 미국과의 협약대로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연간 2만여 명의 난민을 받아들인다.

시드니에서 난민이 비교적 집약된 한 지역의 비영리단체에서 "난민의 밤"을 호텔에서 개최하였다. 내 후배의 봉사단체도 초청받았고 나도 명예 회원 자격으로 참석하였다. 각 분야 대표들과 성공사례의 주인공들을 모시고 발표도 하고 난민 뮤지션들의 공연과 춤과 흥겨운 노래 시간도 있었다. 난민 신분에서 성공한 사례들의 브리핑은 당연히 관심도가 높았다. 파키스탄에서 난민으로 와서 지금은 호주 회계사로 일한다는 여성, 그 과정은 얼마나 처절했겠나? 한가족 7식구가 가져온 짐은 단지 상자 한 뭉치였던 사진을 볼 때 눈이 젖어졌다. 이렇게 난민으로 온 경우는 호주 정부에서 주거와 교육 등의 혜택을 준다.

그러나 다른 경우도 있다. 보트피플이다. 한 청년의 사례에는 더 마음이 아팠다. 내가 앉은 테이블에 건장한 청년이 합석하였다. 나는 인사를 건네고는 공급되는 엔트리를 즐기기에 바빴다. 어느 순간 방금 그 청년이 단상에 올라가서 정착사례를 발표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호주정부가 합법적으로 받아주는 난민이 아니었고 보트피플이었다. 이란에서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작은보트에 몸을 싣고 건너 온 것이다. 이들은 난민과는 구별되게 호주 땅조차 밟아보지 못하고 바로 인도네시아 가까이 Christmas Island라는 섬으로 이송되어서 detention centre 에서 10년을 살았다고 한다. 견디다 못해 본국으로 도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고, 형편이 되면 다른 나라를 알아보고 떠나기도 했단다. 그는 이란에서 좋은 대학까지 나왔는데 10년의 갇힌 생활에서 무슨 희망이 있었겠나? 그러나 오직 영어공부 하나에 전념 했다 한다. 그 10년을 마치고 호주 땅에 들어와서 지금은 호주 은행원으로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고 간증하였다.

이 파티에 영상으로 축하를 전하는 베트남여성 국회의원도 역시 보트피플 출신이다. 지난해 나는 어느 자리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다. 죽기 아니면 산다는 각오로 남태평양을 건너온 그 정신으로 백호주의 사회를 헤엄쳐 나오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제는 연약한 자들을 돕고 있다. 이 밤은 내게 유달리 많은 생각을 안겨다 준다. 주님께 간구하면서도 내가 해야 할 부분에도 충실해야 한다.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눌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도다(시126:5).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맏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11:1)
환한 미래를 그려보며 그것을 쟁취하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누구든지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평상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는 들어가는 자들로 그 빛을 보게 하려 함이라(눅8:16).
받은 복은 이타적인 삶으로 그 빛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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