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면 달려오는 권사님
부르면 달려오는 권사님
  • 신상균
  • 승인 2022.12.22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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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한파에

목양실 2층 사무실과 카페 수도관이 얼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수도관이 녹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수은주는 계속 영하를 가르키고 있었고

수도관은 녹지 않았습니다.

화장실도 쓸 수 없었고, 2층 카페의 물도 마실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카페에 들어갔더니

누군가 카페 수도 밸브에 난로를 켜 놓았습니다.

그런데 2층 수도관이 어는 것은 수도 밸브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권사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권사님 2층이 수도관이 어는 것은 밖에서 들어오는 수도관 때문이예요.

열선을 감아놓았는데 오래 되니 열선이 제 구실을 못하나봐요.”

그러자 권사님

“목사님, 가만히 계세요. 제가 갈께요.”

잠시 후 권사님이 교회에 오셨습니다.

그런데 한손에 스팀해빙기를 들고 오셨습니다.

권사님은 2층 수도관이 연결되어 있는 곳으로 가시더니

수도관을 분해하셨습니다.

그리고 스팀해빙기에 전원을 넣었습니다.

잠시 후 ‘치치치치칙’ 소리가 들리더니

스팀 해빙기에서 뜨거운 김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스팀과 얼음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뚫고 막히고, 다시 뚫고 막히고

그러다 갑자기 ‘슈~욱’하는 소리가 들리며 수도가 팍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힘센 물줄기가 권사님의 옷을 빨래합니다.

권사님은 허허 웃으십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목사님, 물이 팍 터져나올 때 얼마나 신나는지 몰라요”

물벼락을 맞으신 권사님은 그렇게 집으로 가셨습니다.

 

계속되는 한파에 수도가 얼지 않기 위해 수도를 약간 틀어 놓았습니다.

밤에 잠자기 전 확인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또 얼었습니다.

다시 또 2층 화장실도, 카페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풀릴때까지 기다리자.

그리고 ‘수도관 삽입형 동파방지기’를 구입했습니다.

날씨가 풀리면 수도관에 삽입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풀리기는커녕 더 추워지는 것이었습니다.

내일은 더 강추위가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권사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권사님, 수도가 얼어서 다시 뚫어야겠는데요”

“네~ 목사님, 금방 내려갈께요”

눈이 많이 왔지만 권사님은 스팀해빙기를 가지고 다시 오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수도관을 뚫었습니다.

“권사님 이런 것 가지고 계셔서 너무 좋아요.”

“네, 목사님, 지난번 교회 주방 뚫으려고 산거예요.”

그리고는 ‘수도관 삽입형 동파방지기’도 설치해 주셨습니다.

 

79세가 된 권사님

나이가 들수록 더 인자해지십니다.

귀챦고 피곤할텐데 부르기만 하면 여지없이 달려옵니다.

점심을 먹는데, 옆에 젊은 집사님이 부러워합니다.

그러자 권사님

“하나님 일 하면 하나님이 건강하게 살게 해 주셔” 하고 허허 웃습니다.

이런 권사님 덕분에 목회할 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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