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의 8글자
새해 첫날의 8글자
  • 신상균
  • 승인 2023.01.05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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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일 자정, 송구영신 예배를 드렸습니다.

성도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 목양실에 앉아서 고민합니다.

‘신년을 맞이하여 성도님들에게 카드를 보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신년을 맞이하여 카톡이나 문자로 연하장이 도착합니다.

그런데 그리 감동적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단체문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단체로 문자나 카드를 보내는 것을 지양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담임목사가 성도님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성의가 없을 것 같기 때문에 고민이 됩니다.

송구영신 예배가 끝난 예배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와 촛대가 있는 본당 정면을 사진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문자를 적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교회 밴드에 연하장을 올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잠이 들었습니다.

 

주일오전 8시 1부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목양실에 와서 핸드폰을 열어봅니다.

그런데 이런 글자가 문자로 왔습니다.

“목사님사랑합니다”

띄어쓰기도 제대로 되지 않은 8개의 글자

누구지?

이름을 본순간 갑자기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왜냐하면 그 문자를 보내온 분은 81세가 되신 남자 권사님이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 백운교회에 부임했을 때

그분은 우리교회 기획위원중 가장 큰 어른이었습니다.

가장 점쟎고 정중했던 분입니다.

철없이 목회하던 젊은 목사의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걱정하던 분이었습니다.

옆 사람과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도 쑥스러워하던 권사님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울증이 와서 사람들을 만나기가 두렵다고 하던 권사님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권사님이 내게 문자를 보내온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그 권사님이 내 앞에 계신 것 같았습니다.

우울증으로 인해 말도 잘 할 기회가 없어

예배시간에 먼 발치로 보던 권사님

“목사님사랑합니다” 하는 문자속에 그 동안의 침묵이

파도같은 언어로 밀려왔습니다.

멋진 그림 문자보다, 미사여구로 가득찬 단어보다

권사님이 보낸 8개의 글자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저도 권사님께 진심을 담아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고마운 분들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한분 한분

내 진심을 담아 문자를 보냈습니다.

나처럼 정성을 다해 답장을 보내주신 분도 있었고

형식적인 인사로 답해주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자를 보내며 깨달았습니다.

내가 이분을 가까이 느끼고 있구나.

그러다 중3인 아들과 대학교 1학년인 딸에게도 문자를 보냈습니다.

딸은 아기자기한 언어로 아빠에게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무뚝뚝한 아들은 한 글자로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넵”

그 문자를 받고도 왜 그리 사랑스러운지 한참 웃었습니다.

진심을 담으면 행복해집니다.

그리고 그 행복이 전염됩니다.

2023년 새날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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