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대로 말했더니
바른대로 말했더니
  • 신상균
  • 승인 2022.12.07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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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오후 예배가 끝나면 기차역으로 갑니다.
딸이 기숙사로 가기 때문입니다.
열차시간에 맞추어 딸을 데려다 준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몸은 피곤하지만 또 해야 할 일이 있어 사무실로 올라갑니다.
각종 서류를 뒤적이다보니 저녁 6시가 넘어갑니다.
그때 핸드폰이 울립니다.
“네~ 장로님” 하고 대답을 합니다.
그러자 핸드폰 너머로 장로님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목사님, 혹시 차 운전하고 계세요?”
‘응? 웬 차 운전? 혹시 내가 어디 나간 줄로 아시나?’
갑작스런 질문에 조금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나처럼 착실하게 교회를 지키는 목사도 없을텐데 왜 운전하냐고 하지?
피곤하다는 핑계로 짜증 아닌 짜증을 속으로 냅니다.
“아니요. 저 사무실이예요”
마치, 주일날 교회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이라도 하듯 대견하게 말합니다.
그러자 장로님 대뜸
“목사님, 저녁 식사 하셨어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왔다갔다 합니다.
밥을 먹었다고 해야 하나, 밥을 안 먹었다고 해야 하나?
목사는 밥 먹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 고민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안 먹었다고 대답을 하면, 밥 먹자고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주일 일정을 다 끝내고 나면 쉬고 싶은데,
혹시 밥 먹자고 하면 못 쉴텐데,
그래도 목사가 밥을 안 먹었는데, 먹었다고 하면 거짓말하는게 되고
또 밥 먹자고 하면 거절하기도 그렇고,
짧은 시간이지만 머리는 번개처럼 움직입니다.
드디어 대답을 합니다.
“아직 안 먹었는데요”
그러자 장로님
“목사님 그럼 저희가 매운탕 끓였는데 가져다 드릴꼐요.”
“웬 매운탕이예요?”
“오늘, 예배 드리고 나서 잡았어요.”
그 순간, 바른대로 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 먹었다고 했으면 매운탕은 국물도 없었을 것입니다.

잠시 후 장로님이 차를 타고 오셨습니다.
그리고 매운탕이 든 냄비를 내미셨습니다.
몇몇 권사님들과 함께 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먹으려다
갑자기 목사가 생각난 모양이었습니다.
이렇게 성도님들은 목사를 생각하는데
목사는 자기만 쉬겠다고 자기 생각만 했나 봅니다.
매운탕을 받아들면서 생각합니다.
“그래! 목사는 바른대로 말해야지.”
작은 것에 바르지 못한 사람이 큰 것에 바를 수 없습니다.
작은 대화속에서도 바른대로 말할 때
더 좋은 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오늘 경험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바른대로 말하면 일하다가도 매운탕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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