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하여 자른 호두나무로 인해 생긴 일
잘못하여 자른 호두나무로 인해 생긴 일
  • 민돈원
  • 승인 2022.11.16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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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올라오는 길 좌측 수양관 입구에 서 있는 나무
교회 올라오는 길 좌측 수양관 입구에 서 있는 나무

이틀 전 있었던 일이다. 지난주 장비를 가지고 주차장 공사를 한 그곳에 석분을 깔아 바닥 마무리 작업을 마쳤다. 교인들도 길이 넓혀져서 모두 한결같이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내친김에 올라오는 길 쪽에 타 교회에서 운영하는 수양관이 있는데 나무 한 그루가 길 쪽으로 휘어져 나온 커다란 호두나무 얘기가 나왔다.[사진] 왜냐면 이 나무를 베게 되면 대형 차량통행에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렇다면 그 나무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알아보고 허락을 받아 자르도록 하자는 얘기 중에 교회 관리부장 얘기로는 주차장 토지를 매각한 분이 주인이라고 해서 책임지고 알아보도록 했고 평소 교회 일에 적극적인 원로장로님이 작업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얼마 후 원로장로님이 오후 5시경 자동기계톱을 가지고 나무를 베러 왔다고 하시기에 다시 관리부장에게 전화해서 재차 물었다. ‘장로님이 나무 자르겠다고 오셨는데 그래도 전화하고 베야 하지 않겠느냐? 혹시 나중에라도...’ 묻자 ‘지금 자른데요?. 하면서 그냥 자르세요, 나중에 전화 할께요 알아서 하겠다.’ 라고 하니 별 무리 없이 작업에 들어갔다. 그 나무는 상당히 큰 나무인지라 1차는 아래서, 2차는 장로님이 나무 위에 올라가서 기계톱으로 자르는 순간 하마터면 나무가 미는 힘에 밀려 3m 이상 되는 높이에서 낙상할뻔한 아찔한 일이 있었다. 하나님의 기적 같은 도우심이었다. 뒤로 몸이 약간 젖혀지는 그 순간 우측 나뭇가지를 가까스로 붙들 수 있게 하심으로 낙상의 위험에서 주님이 극적으로 지켜 주셨다. 3차로 밑 둥을 자름으로 작업은 완료되었다. 자로 재 보았더니 그 밑 둥 지름이 약 30cm 이상 되니 비교적 덩치가 큰 나무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에 터졌다. 자르고 난 그날 밤 9시 50분경 수양관 관리책임자인 박 장로님이란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민 목사님이시죠’ ‘네’ ‘목사님 밤늦게 죄송합니다. 교회 장로님과 목사님이 그 나무 자르셨다는데 왜 자르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런 저런 설명을 하며 다시 확인해 보겠다고 하자 ‘이 문제는 지나갈 수 없습니다. 제가 지을 때부터 건축했기에[ 잘 압니다. 그 땅은 수양관 땅입니다... 소송을 할 겁니다.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 변상을 하셔야 합니다’ 이런 사실이라면 화가 날 만한 하다.

이런 사건이 있은 후 교회 관리부장에게 어떻게 된 건지 사실 확인이 필요했다. 그랬더니 나무 베기 전과는 달리 잘못 알고 있었고 그것을 나에게 잘못 전달한 것이다. 다음날 그 수양관 장로님에게 전화를 했다. ‘ 알아보니 잘못 알고 한 저의 불찰입니다. 더 변명할 여지가 없네요, 착각한 결과입니다... 변상해 드려야 하면 변상도 하겠습니다...’ 그랬더니 의외로 마음이 많이 누그러지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왜 자르셨어요?’ 라고 재차 물었다.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길 쪽으로 나무가 돌출되어 자르면 차량통행에 원활할 수 있겠다고 한 생각이 그렇게 되었네요...’, 그랬더니 오히려 웃으면서 ‘제가 열을 내서 죄송합니다. 강화 가면 찾아뵙고 인사 드리겠습니다.’ 라고 어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화기애애하게 주고받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 교회 담임목사님과 다시 통화했다. 사실 그 교회 목사님은 금년 우리 교회 여름 캠프 때 잠시 교제를 나눈 분이셨기에 대화하기가 약간 부드러운 구면이었다. 특히 어린이와 교사들을 위한 전통있는 “교사의 벗” 발행인이기도 한 목사님이다,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자초지종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목사님, 알고 보니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100% 잘못입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베라고 했기에 전적으로 제 책임입니다. 나무 값을 변상해 드려야죠...’ 그러자 목사님도 그 교회 장로님에게 소식 들었다고 하시면서 ‘내가 부임하기 오래전에도 허락 없이 20년된 은행나무를 잘라서 그때의 기억이 남아 있다’ 는 말씀과 함께 금년 여름 캠프 때 우리 교회에서 만난 얘기를 하시며 ‘변상이라는 게 살려낼 수만 있다면 변상이지 어떻게 합니까 ...?’라고 웃으면서 편하게 받아주셨다.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몇 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은 분한 일이나 갈등 등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욱하는 마음으로 감정적인 대처는 문제 실마리를 풀 수 없다는 점, 다만 잘못한 사실에 대해서는 철저히 인정하고 사죄를 구하고 구체적으로 해당 건에 대한 대가도 치를 줄 아는 진정성, 무엇보다 미심쩍은 불확실한 정보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실 확인을 위한 서류가 필요하면 서류로, 아니면 해당 당사자와 사전에 직접 의견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면서 이 무엇보다 평소 좋은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날 밤 전화를 받고 마음이 무거워 다음 날 새벽에 기도하면서 문제가 확대되지 않기를 구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잘못했다, 할 말이 없다...’ 그랬더니 전날의 언성을 높이고 소송 얘기까지 한 것과는 달리 상대방도 유연한 마음으로 ‘열을 내서 죄송하다’ 라고 하는 말로 서로의 마음이 눈 녹듯이 풀어졌다. 여러 모양으로 감사할 일이다. 예컨대 나무 베는 중에 큰 사고가 날 뻔했는데 생명 지켜 주신 하나님께 무엇보다 감사하다. 또 재산 손괴당했는데 우리가 잘못했다는 사과를 받아줌으로써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은 수양관 측에도 감사하다.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 앞으로 교회에 관련된 일을 진행할 때 일이 먼저가 아니라 불명확한 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확한 근거 확인이 먼저다. 라는 사실을 깨닫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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