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나무 제재기
통나무 제재기
  • 최광순
  • 승인 2022.03.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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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기 제작의 두 번째

제주가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사시사철 푸르름이 있다는 점입니다. 웬만한 풀이나 나무들은 그 잎사귀가 살아있습니다. 성찬기를 제작하는 과정 중 첫 번째가 벌목입니다. 개인적으로 나무를 제재소에서 구매하지 않고 직접 벌목하여 1년 동안 건조하는 과정을 가집니다.

두 번째 과정은 통나무를 제재하는 일입니다. 사람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기계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공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웬만한 고급차 가격을 가졌고, 최소한의 용도로 사용할지라도 그 비용이 천만 원 대로 구매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직접 내 손으로 제작하는 일입니다. 철각관은 고물상에서 구입하고, 모터는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하고, 나머지는 몸으로 때우는 인건비입니다. 그러면 10%의 금액으로 장비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공장에서 제작되는 기계만큼 정교하지 못한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재기를 직접 제작하였습니다. 제작에만 10일이 걸렸습니다. 지난번 것은 오차가 있어 며칠 사용하면 영점이 틀리게 돼서, 이번에 새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작업장이 좁아서 아예 공터에 작업장을 차렸습니다. 집주변 공터엔 제 나무들로 가득 차 있어 바로 나무를 제재할 수 있는 이점이 생겼죠. 첫 테스트로 판재를 켰는데 일단 만족스럽게 나왔네요. 쌓인 목재를 켤 생각에 벌써 설렙니다.

새로 제작한 제재기로 올해 처음 자른 감귤나무로 십자가를 만들었습니다. 감귤나무는 봄에 자른 나무여야만 황금빛이 납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이때를 너무 기다렸습니다. 황금빛을 너무 보고 싶어서요. 봄에 잘라서 황금빛이 나는 것이 아니라 나무 전지를 이때쯤 하기 때문이고, 수분을 머금고 있어야만 노란색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건조되면 회색빛으로 변하거든요.

편백나무도 제재하여 길이 1.2m 강단용 십자가도 만들었습니다. 이런 십자가는 자연스러운 것을 만들기 위해 곧은 것은 피하고, 쌓인 나무를 이리저리 헤치며 원하는 나무를 찾아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나무를 5mm 이하로 얇게 켰습니다. 나무의 자연미를 살리면서 통나무를 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통나무를 캘리그라피에 사용할 용도입니다. 나무를 이렇게도 활용할 수 있답니다.

통나무를 제재하기 전 톱날을 연마 중입니다. 성찬기와 십자가를 만드는 과정은 정말 할 일이 많고 복잡합니다. 나무를 잘 다루려면 철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날이 무뎌지면 나무가 잘리지도 않거니와 기계에 부하가 걸려 쉽게 망가지기 때문입니다. 각도는 30도로~~~ 요렇게 날을 갈면, 처음 기계를 구매할 때처럼 나무를 자를 수 있거든요. 어떤 일이든지 초심을 유지하는데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나무를 잘 만지는 목사?

건축을 잘하는 목사?

컴퓨터를 잘하는 목사?

목회 잘하는 목사라는 소리 들어보지 못하고 30대는 컴퓨터, 40대는 건축, 50대는 나무.

그런데 만나는 이들과 나무, 컴퓨터, 건축 얘기를 할까? 아뇨 목회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본질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단지 잘하는 것들은 목회의 도구일 뿐입니다.

만난 후 사람들이 비전을 찾고 치유되는 모습이 가장 기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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