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투지 말라
다투지 말라
  • 윤미애
  • 승인 2018.08.22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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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톡.
손톱과 발톱 깎는 소리가 경쾌합니다. 깎인 조각들이 이리저리 날아가 버립니다. 매주 토요일 저녁, 손톱과 발톱을 정리하지요. 길든 그러하지 아니하든 손발톱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으며 마음을 차분히 합니다.

“제발 앞머리 좀 어떻게 해.” 간만에 만난 언니의 잔소리입니다. 친정 부모님은 두 분 모두 흰머리가 늦게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닮은 것은 언니와 오빠입니다. 저와 남동생은 머리가 비교적 일찍 센 편이지요. 게다가 저는 앞머리가 먼저 세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계절엔 상관이 없는데 여름엔 문제입니다. 머리를 묶어야만 하거든요. 앞머리를 뒤로 넘겨 묶으면 마치 흰 머리띠를 두른 것 같습니다. 그게 보기 싫은 언니가 잔소리를 하는 겁니다.

손톱과 발톱, 때가 되면 어김없이 자라있지요. 정리하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듬는 것이 힘에 겨운 일은 아니니 참 다행입니다.

흰머리,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간간히 염색도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희끗희끗 올라오는 흰머리를 당할 재간이 없더군요. 그래서 올해는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흰머리와 다투지 말아야겠다고 말입니다. 염색을 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미용실에 가는 것도 귀찮고 비용도 아까웠거든요.

8월이 시작될 무렵, 마음속에 들리는 소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다투지 말라.’ 무슨 말인가 싶어 일기장 머리에 매일 써 보았습니다.
가만 들여다보니 살면서 참 많이 다투는 내가 보입니다. 손톱 발톱이 자라나듯 때가 되면 떠오르는 기억들과 다투기도 합니다. 흰머리처럼 계속 늘어나는 염려와 걱정과 다투기도 합니다. 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 더위와 다투기도 합니다.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이웃들과 다투기도 합니다.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 하나님과도 다툽니다.

여러 종류의 다툼들... 물론 물리적인 다툼은 아닙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다툼도 아니고요. 그저 내 안의 나와 다투는 것이지요. 내 안의 기억이나 기대들과 다투는 것이지요. 싸워봤자 소용없는 백전백패가 명백한 그 부질없는 싸움이 도통 멈춰지지 않습니다.

너무 더우면 불쾌지수와 짜증지수가 올라가니 서로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올 여름은 기상관측 이래 최고로 덥다지요. 마음은 알고 있었나 봅니다. 더위를 핑계로 무기력해지고 더 많이 다투게 될 나의 모습을. 그걸 피하라고 미리 경고를 해 주었나 봅니다. 다투지 말라고 말입니다.

잠언 4장 23절은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손톱 발톱이 자란다고 다투지 않습니다. 잘라내고 정리해 주면 됩니다. 어떤 다툼들은 그렇게 잘라내는 것으로 멈추게 합니다. 흰머리랑 다투어봤자 소용없습니다. 선택을 하면 됩니다. 염색을 하거나 그냥 받아들이거나. 그처럼 어떤 다툼들은 변화를 주는 행동을 하거나 혹은 수용의 힘을 키우는 것으로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며칠, 시원한 바람이 이어집니다. 살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나와의 다툼을 이제는 그치고 마음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 살 것 같은 매일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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