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퍼즐
  • 윤미애
  • 승인 2018.07.2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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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인이 말합니다. 고흐를 좋아하나 보라고. 집에 걸린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해바라기’를 보고 하는 말입니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며 큰 감동을 받기는 했지만, 고흐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기에 대답을 흐립니다.

사실 집에 걸린 ‘해바라기’는 오백 조각 퍼즐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좋은 공동경험을 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퍼즐 박물관에서 구입한 것이지요. 하지만 그 꿈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림을 잘못 선택했다는 후회도 뒤따랐습니다.

흔히 퍼즐을 맞출 때는 직선 부분을 먼저 완성합니다. 그리고는 비슷한 색깔을 모아서 부분을 맞춰가지요.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고흐가 ‘해바라기’를 그리며 너무 많은 노란색을 썼다는 겁니다. 물론 다른 색깔들도 들어가기는 했지만 꽃도 노랗고, 배경도 노랗고, 화병도 반이 노랗습니다. 그걸 오백 조각으로 나누어 놓았으니 그저 노란 조각 천지였던 거죠.

처음에는 아이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했습니다. 허나, 비슷해 보이는 조각들을 맞추는 것이 아이들에게 큰 재미를 주진 못했지요. 결국 아이들은 슬그머니 자리를 떴습니다. 가족의 공동경험이라는 꿈은 깨지고, 퍼즐 맞추기는 결국 우리 부부의 고역이 되었습니다. 며칠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목이 뻐근해지는 후유증을 남겼지요.

아이들이 어릴 때 처음으로 맞추던 퍼즐이 생각이 납니다. 몇 조각 되지 않아도 그걸 맞추는 것을 보며 기특해하고 뿌듯해 했었지요. 아이가 자라며 조각의 수도 조금씩 늘었습니다. 좀 더 많은 조각을 맞출 수 있도록 지혜도 자란 거지요.

인생이 퍼즐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내 지혜가 아무리 자라도 결코 맞출 수 없는 퍼즐. 하지만, 어느 순간 바라보면 맞춰져 있는 퍼즐.
영어 단어 ‘puzzle’이 참 재미있는 단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단어는 명사로는 ‘퍼즐’을 의미합니다. 동사로는 ‘어리둥절하게 만들다, 이해할 수 없게 만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요.

우리가 아무리 지혜롭다 하여도 앞을 볼 수는 없습니다. 전체를 볼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그 조각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수많은 동사로서의 puzzle(어리둥절하게 만들다)을 만나는 순간이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깨닫게 됩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나님의 은혜였구나. puzzle이 맞춰지는 순간, 명사로서의 puzzle을 만나는 순간인거죠.

이에 대하여 이사야서 54장 9절은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이는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음이니라.”라고.

내가 맞출 수 없는 퍼즐 앞에서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하나님은 마치 내게 묻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어줄래?”라고요. 결코 내가 맞출 수 없음을 알기에 하나님 앞에서 그저 “예.”라고 대답하려고 합니다. 돌아보니 은혜라고 고백하는 대신 지금 주어진 모든 것이 은혜라고 고백하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나의 딜레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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