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 때문에 화가 난다
롯 때문에 화가 난다
  • 이구영
  • 승인 2013.02.01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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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에는 창세기에 나오는 롯의 이야기를 읽다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롯의 아버지는 아브라함의 막내 동생 하란입니다.
하란은 형들이 결혼도 하기 전에 롯을 낳았습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고, 죽은 하란의 아들 롯은 자연스럽게 큰 아버지 아브라함의 의무가 되었습니다.
하란의 아버지 데라는 죽은 하란을 묻어두고 그의 아들인 손자 롯, 그리고 두 아들네 식구들을 데리고 먼 길을 떠나 하란에 정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죽은 아들의 이름도 하란, 정착하여 살게 된 땅의 이름도 하란입니다. 데라는 왠지 그곳을 떠나기 싫었습니다. 원래의 목적지는 가나안이었지만 데라는 그곳에 그냥 눌러 앉게 됩니다. 하는수 없이 아브라함네 식구들만이 조카 롯을 데리고 가나안으로 이주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이제 롯은 어엿한 성인이 되었고 아브라함의 그늘 아래서 장사도 배우고 삶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신앙으로 살아가는 법을 하나 둘 흉내 내기 시작했습니다. 큰아버지 아브라함이 애굽으로 잠시 이사를 갔을 때도 롯은 동행했고 일찍 선진 문물과 문화를 배웠습니다. 형식상 고아였을 뿐이지 롯은 어려서부터 온갖 혜택을 다 누리며 산 사람입니다.
어느덧 롯도 아브라함과 아브라함이 믿는 하나님 덕분에 큰 부자도 되었고, 결혼도 했고 자녀도 낳았습니다. 종들도 있었고 양과 소와 낙타와 염소가 떼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분가를 하게 됩니다.
가장이요 평생의 은인인 아브라함과의 헤어짐입니다.
먼저 아브라함의 제안이 있었습니다. 우리 앞에 있는 이 넓은 땅들 중에서 롯에게 먼저 선택하여 떠나자고 하였습니다. 먼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자 롯은 당시 최고 번성했던 도시 소돔성쪽을 선택하여 떠나갑니다. 큰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척박한 땅을 남겨주고 롯은 명성이 있던 소돔성을 향했습니다.

좋아 보였는데, 어쩌면 큰 아버지 아브라함보다 더 부유해 질 수 있다고 느꼈는데 롯은 그 순간의 선택으로 불행을 낳기 시작합니다. 가나안 부족끼리의 영토분쟁, 권력 다툼에 끼어들게 되어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고 패배한 뒤로 전쟁 포로가 되었습니다. 죽었다 싶었던 순간 예상치 못했던 구원자 아브라함의 등장으로 생명을 연장 받게 됩니다.
이즈음 되었으면 정신 차릴만도 한데 여전히 롯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자기가 잘 해서 부유해지고 자기가 똑똑해서 그만큼 사는 것처럼 뻐기고 있었습니다. 굴러온 돌 롯을 보기 싫게 여기던 소돔 사람들에게 까지 밉보이게 되었고, 인심도 잃었습니다.
양심을 지키며 살려니 힘들고 세상과 타협하며 소돔성 사람처럼 살자니 하나님이 두렵습니다.
마치 가시떨기에 떨어진 씨앗처럼 힘차게 땅을 디디고 뻗어올라 열매를 맺으려니 가로막힌 부분들, 영양분을 빼앗아 가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뒷문을 막아야 앞으로 들어온 모든 복이 나가지 않는 것인데 뒷문이 열려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남는 것 같은데 뒤로는 밑지는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하늘의 축복을 받으며 살던 아브라함을 흉내 내보지만 뚜렷한 결단이 이루어지지 않고, 바른 신앙 생활이 뒷받침되지 않으니까 늘 방황하고 헤메입니다.
소돔에 살면서는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방황하며 고민합니다. 그렇다고 소돔을 떠날 맘은 없습니다. 더구나 그의 부인과 두 딸은 소돔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가장으로서 가정의 신앙교육에 많은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믿음의 사람 아브라함을 통해 배웠으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를 못했습니다. 사치와 향락으로 하나님에게서 멀어져가는 아내를 잡아주지 못했고, 세상을 사랑해서 세상의 남자들과 어울려 다니는 두 딸을 따끔하게 혼내며 회개시키지도 못했습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양심에 부끄러운줄 알면서도 질질 끌려다니던 롯에게 어느날 천사들이 찾아옵니다.

외롭던 롯은 반갑게 천사를 맞이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집으로 모셔 들입니다. 그들에게 좋은 것을 대접하고 싶었지만 이미 소돔사람 처럼 욕심이 많아진 롯은 갑자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외양간에 뛰어가 송아지라도 잡아 요리해 드려야 함을 알았지만 끝내 그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고운가루를 찧어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떡을 만들어 대접해 드려야 함도 알았지만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가난한 서민들이 대강 먹고 사는 무교병을 내어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천사들을 대접하고 말았습니다.

왠지 성경을 읽는 독자들을 화나게 하는 부분입니다. 사람이라면 그래서는 안됩니다. 자기가 받은 은혜가 있는데 어떻게 천사들을 그렇게, 어떻게 하나님의 대리인들을 그렇게 대접합니까? 기본적으로 감사가 없는 사람이지요. 알기는 알았습니다. 배우기는 배웠습니다. 큰 아버지 아브라함이 하는 것을 그동안 얼마나 많이 보고 배웠습니까? 가나안 부족끼리의 큰 전쟁시에도 포로가 되어 있던 자기를 구해준 후에 아브라함은 그 전리품들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십일조를 바쳤고, 나머지는 전쟁에 참여했던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또 손님들이 오실 때 혹은 지나가실 때 마다 극상품 송아지로 대접했고, 떡과 마실 음료를 대접하곤 했었습니다.

보지 않은 것, 배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제 어느덧 롯도 소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는 안되는 줄 알면서도 욕심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죽을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를 못하는 줄 알면서도, 그 생명이 언제까지 인지도 알지 못하면서 결국 손을 떼지 못했습니다. 축복을 걷어차는 순간입니다.

반면, 천사들은 롯이 성의 없이 무교병을 대접했음에도 큰 정보를 알려줍니다.
하나님께서 이 성의 죄악에 진노하셔서 이 성을 멸망시킬 것이니 당장 이 성을 떠나 멀리 도망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당장 떠나야 되었고 멀리 도망해야겠지만 이때에도 롯은 또 망설입니다. 믿어지지 않는 것이지요. 주저주저 하며 어찌할까 고민하는 롯의 손을 천사들이 강제로 끌고 나갑니다. 이미 믿음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소돔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천사들의 강요에 못이겨서 급하게 아내에게도 두 딸에게도 예비 사위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같이 도망하자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급히 뛰어 뒤돌아보지도 말고 도망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들 모두를 설득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어쩌면 헛 살아온 날들에 대한 보응인지도 모릅니다.
사위는 예비 장인의 말을 농담으로 알고 끝내 따라 나오지 않았습니다. 소돔 사람들과 함께 죽고 말았습니다.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는데도 평소에도 말 안듣더니 결국 아내도 이만큼 따라오다가 아쉬운 듯, 두고 온 모든 소유물이 생각난 듯 뒤를 쳐다보다가 소금기둥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두 딸과 함께 완전히 소돔성과 인연을 끊고 전혀 미련두지 않고 떠나 정리해야 되었는데 그 성이 다 보이는 소알이라는 아주 가까운 곳으로 간신히 피난을 하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우리를 분노케 하는 장면입니다.
멀리 가라면 멀리 가지, 뒤 돌아보지 말라면 뒤 돌아보지 말지, 왜 미련을 둡니까? 지금껏 누구 덕에 살았는데.. 그 수 많은 거지될 위기, 죽을 위기, 수치와 모욕을 당할 위기를 누구 덕에 넘겼는데 이제 와서 불순종입니까? 어느새 욕심이 자라나고, 교만이 싹트고, 스스로를 자랑하려고 하고.....
차라리 멀리 떠났다면 수치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을, 소돔을 잊지 못하는 바람에 그나마 살아난 두 딸은 창기가 되어 아버지를 유혹하는 쳐 죽일것들이 되었습니다.
롯의 일생에 결단도 회개도 감사도 없었습니다. 그 많은 축복을 걷어차 버린, 그 많은 감사를 걷어차 버린 롯!
가시떨기로 가득찬 밭과 같은 사람입니다. 아무리 좋은 씨를 심어도 열매가 없습니다.
주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눅 8:14) 가시떨기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들은 자이나 지내는 중 이생의 염려와 재물과 향락에 기운이 막혀 온전히 결실하지 못하는 자요!!

오늘도 롯의 후예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 좋은 복음을 듣고도 이생의 염려와 재물과 향락에 기운이 막혀서 회개의 열매, 성령의 열매, 온전함의 열매, 전도의 열매를 거두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롯의 후예 입니까? 아브라함의 후예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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