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장례와 관련해 떠오르는 단상 08
죽음, 장례와 관련해 떠오르는 단상 08
  • 안양준
  • 승인 2023.09.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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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 속에서

「어린 왕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된다. 물론 책을 읽고 안읽고는 그리 중요치 않다. 다만 이 책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면 이 책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큰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어린 왕자는 어린 시절 책에서 보았던 보아 구렁이가 코끼리를 삼킨 그림을 내용으로 시작하는데 그 그림은 보통 모자를 그린 것처럼 보인다. 어느누구도 뱀이 코끼리를 삼킨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왜 그런 그림을 보여주는 것일까?

작가는 어린이와 어른이 바라보는 세계관이 다르다고 말한다.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설명해야 하고 그것이 서로에게 힘이 드는 일이라고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 비행기 조종사가 되었지만 가슴을 열고 이야기할 사람 없이 혼자 살아왔는데 비행기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서 8일간 지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해뜰 무렵 이상한 소리에 놀라 일어났을 때 어린 아이 하나가 양 한 마리를 그려 달라는 것이다. 여러 양을 그려줘도 퇴박을 맞고 일 때문에 아무렇게나 끄적인 후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이 속에 있어.”라고 하자 이게 바로 내가 갖고 싶어 한 그림이라고 기뻐한다. 이것이 어린 왕자와의 첫 만남이다. 

어린 왕자가 소혹성 B612호에서 왔다는 것, 자신이 두고 온 꽃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만났던 어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심지어 사람이 아니라 버섯이라고 말할 정도로-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는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꽃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별에 다른 싹과는 같지 않은 싹 하나를 무척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어린 나무에 꽃봉오리가 생기기 시작했고 기적적인 것이 나타나리라 생각했지만 꽃은 푸른 방 속에 숨어 단장하기에만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치장했음에도 하품을 하며 이런 말을 한다.

“아아! 이제야 겨우 잠이 깼습니다. 용서해요. 머리가 온통 헝클어져 있어요.”

그 꽃이 겸손하지는 않다고 짐작했지만 몹시도 마음을 움직이는 꽃이었다. 꽃은 바람 막는 병풍이나 추위를 막을 고깔 등을 요구했다. 결국 꽃을 의심하게 되고 아무렇지 않은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불행하게 되었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 못했어. 꽃이 하는 말을 갖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하는 일을 보고 판단해야 했어. 꽃은 향기를 주고 환하게 해주었어. 도망하지 말았어야 했어. 나는 너무 어려서 꽃을 사랑할 줄 몰랐어!”

꽃을 떠나온 후 무언가 배울 마음에 소혹성 325, 326, 327호들을 찾아보기 시작햇다.

처음 간 별에는 임금님이 있었다. 임금님에게는 모든 사람이 신하고, 명령하는 법만 알 뿐이었다. 두 번째 찾아간 별은 허영쟁이가 살고 있었다. 허영쟁이는 칭찬밖에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늘 자신을 숭배해 줄 것을 요구한다.

다음 별에는 술고래가 살고 있었다. 그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창피한 것을 잊어 버리기 위함이다. 무엇이 창피하냐고 묻자 술 마시는 게 창피하다고 대답한다. 네 번째 별에는 상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별의 수를 세고 있었다. 상인은 그 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임금이 다스리는 것과 상인이 차지하는 것은 다른 의미이다.

다섯 번째 별은 아주 작은 별에 가로등 하나와 점등인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 1분에 한 번씩 도는 별에서 쉴 새 없이 크고 끄는 일을 함에도 어린 왕자의 눈에 우스꽝스럽게 생각지 않는 유일한 사람인 것은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하는 까닭이다. 여섯 번째 별에서는 지리학자를 만났고 그의 소개로 온 별이 지구였다.

책 속에는 어린 왕자가 여러 별을 돌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느낀 점에 대해 그리고 있다. 어린 왕자가 만난 이들은 현대인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가르쳐주고 있다.

어린 왕자가 만난 여우는 ‘길 들인다’는 말을 한다. 수천 만 아이들 중 하나에 불과한 어린 왕자와 몇천 만 마리 여우 중에 한 여우의 만남이지만 서로 길들여지면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 무엇을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어쩌면 너무 비약한 것일 수 있겠지만 책 속에 성경의 진리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물론 해와 작은 불빛처럼 차이야 있겠지만 사람들 마음에 더 쉽게 다가오는 장점이 있어 아끼는 책들이 있다.

어린 왕자는 그런 책이다. 어린 왕자가 말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권력을 좇는 사람들, 인기를 좇는 사람들, 재물을 좇는 사람들,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들…. 물론 개중에는 점등인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몰두하는 인물도 있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알콜 중독자도 있을 것이다.

어린 왕자가 성경처럼 개인과 우주의 종말까지 말하지는 않더라도 이 땅에 사는 동안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도전을 주었다면, 우리 삶의 모습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정말 사랑하려면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사실에 흐뭇해진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책에서 어린 왕자와의 헤어짐을 아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어린 왕자의 말에도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임금님이나 허영쟁이, 상인, 지리학자, 술고래와의 이별은 오히려 빨리 빠져나오고 싶은 심정이었을 뿐이다. 물론 자신이 도와주고 싶었던 점등인은 제외하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인 장례식장에서 숱하게 보여지는 광경 역시 이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진심으로 대해 왔는지, 지금이라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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