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나타난 죽음과 관련된 기록들 44
성경에 나타난 죽음과 관련된 기록들 44
  • 안양준
  • 승인 2023.05.1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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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롯의 죽음

사도행전 12장은 초대교회 당시 가장 큰 위기 상황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셨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앞서 11장에 안디옥에 최초의 이방인 교회가 세워지고 천하에 큰 흉년이 들었을 때 유대에 사는 형제들에게 부조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때 전혀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하는데 헤롯 아그립바 1세에 의한 핍박이다.

헤롯 아그립바 1세는 어릴 적부터 로마에서 자랐고, 클라우디우스 황제와 친하게 지낸 까닭에 조부 헤롯 1세가 유대 전역을 다스렸던 것만큼의 권력을 누리게 되었다. 이후 백성의 환심을 얻고자 요한의 형제 야고보를 죽였는데 유대인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베드로도 죽여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고자 하였다.

복음이 확장되는 상황에서 사탄의 방해도 강하게 나타난다. 지금까지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종교지도자들에 의한 박해였지만 이제 국가 권력에 의한 정치적 박해로 초대 교회는 큰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방을 향한 복음의 문이 열릴 시점에서 실질적인 지도자인 베드로마저 잃는다면 초대 교회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교회는 어떤 행동을 취했는가? 

“교회는 그를 위하여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하더라”(행 12:5)

최고 권력이 감옥에 가두고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만약 교회가 기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나님이 사탄의 궤계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도 성도는 기도해야 한다. 기도는 성도가 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미국 회중교회 목사였던 버치(H.W. Beecher)는 “포도주가 병마개를 밀어내는 원리에 따라 나는 기도한다. 안에서 발효하면 반드시 밀어낸다”고 하였다. 성도의 기도는 성공률 100%이다. ‘반드시’는 그런 의미이다. 어떤 상황에도 기도하면 하나님의 역사가 이루어진다. 

성경은 베드로 구출 작전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날이 새면 사형이 집행되는 상황에서 베드로는 두 군인 사이에서 누워 자고, 주의 사자가 옆구리를 쳐서 깨웠다고 한다. 이것도 믿음의 분량이다. 죽음을 눈 앞에 두고 평안히 잠들 수 있는 믿음은 아무나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옥의 파수는 4인 1조로 두 명은 베드로의 양 옆에, 나머지 두 명은 각각의 장소에서 지키는데 전에 탈주한 기억 때문에 더욱 신중히 지켰을 것이다. 하지만 천사가 이끄는 것은 베드로 자신도 환상을 보는 것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고 한다.

천사가 떠난 후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마가의 집에 도착하여 전후 사정을 말하고 다른 곳으로 피신하자, 베드로를 놓친 헤롯이 분노하여 파수꾼을 심문하고 죽이라 명하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헤롯이 가이사랴로 내려갔을 때 두로와 시돈 사람들이 자신의 연설에 대해 ‘신의 소리’라며 아첨할 때 교만해져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아니하므로 주의 사자가 치니 벌레에게 먹혀 죽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헤롯이 두로와 시돈에 대하여 노여워하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요세푸스에 의하면 유대로부터 식량을 공급받는 두 도시에 대해 식량 공급을 중단하였다고 하였고 그런 상황에서 헤롯의 호의를 얻기 위해 아첨하는 의미로 ‘신의 소리’라고 한 것이라 여겨진다.

물론 헤롯은 이두메 출신이기에 유대 혈통은 아니지만 유대 왕으로 있는 이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않고 자신을 우상화하는 것에 대해 징계하신 것이다. 이처럼 절대권력도 하나님이 징계하시면 한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도행전 12장을 베드로는 전면에서 후퇴하고 바울과 바나바 중심의 이방 선교가 주가 되는 것을 보게 된다. 복음이 유대인 중심에서 이방인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헤롯의 핍박, 야고보의 순교, 베드로의 투옥과 탈주, 헤롯의 죽음,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하나님께서 역사하셔서 놀라운 선교의 열매를 맺어가시는 것을 보게 된다. 

어느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여러 상황이 연결되어 복잡하게 진행되는 과정에도 여전히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와 인도가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성도는 삶의 현장에서 도우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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