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받으면 내 놓아도 행복하다
은혜받으면 내 놓아도 행복하다
  • 민돈원
  • 승인 2022.12.1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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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한 2100평의 땅
구입한 2100평의 땅

지난 2주 전 이곳 kmc 뉴스에 국립 소록도병원에서 현재까지 27년간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를 소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그는 퇴직한 이후라도 오지에 가서 이런 일을 계속하고 살리라는 그의 존재가치의 삶이 주는 감동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목사인 나의 예측 가능한 노후 대책도 어떠해야 할지를 다루었다. 그런 후 지난주에는 내가 활동하고 있는 ‘감리회거룩성회복협의회’(감거협) 실행위원들만의 행사가 있었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한 수련원에서 15명이 참석하여 자체 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와 함께 3가지 주제를 가지고 Q&A 방식의 워크샵을 가졌다. 우리 모임의 구성원들 특징이 전국구다. 이에 포항, 울산, 임실, 대전 세종, 음성, 서천, 강화, 그리고 서울 등 각기 다른 지역에서 집합하였다. 이 행사가 이틀간 은혜롭고 풍성하게 잘 마쳐졌다. 특히 재정적으로도 두 분의 공이 크게 작용하였다. 한 분은 행사장소를 제공한 우리 실행위원이다. 그 교회 수련원이기에 모든 경비-침식, 식사, 간식-등을 일체 부담하여 섬겨 주심으로 뜻깊은 행사가 될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분은 귀감이 되어 오늘 이 지면에 소개하고자 하는 분이다. 이 분은 이전에 내가 섬기던 교회 성도다. 부부가 잘 섬겨왔기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나도 잊지를 못하는 분이다. 그 날도 감거협 행사가 있다고 하자 우리 참석자들 모두에게 첫날 저녁 식사와 커피샵 비용까지 대접했다. 게다가 두둑한 후원금 봉투까지 내밀었다. 지난번에도 우리 감거협 활동에 써달라고 후원금을 기부한 적이 있는 귀한 분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도와드릴 것 없느냐고 행사 전부터 묻더니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게 된 데는 그럴만한 평범하고 참신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곧 길지 않은 세월, 교회에서 내게 받은 은혜를 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매 주일 한차례 중보기도훈련학교를 이 부부대상으로 실시했다. 16주 코스를 2단계로 나눠 실시하는데 8주 1단계만 마친 분이다. 그때 기도훈련은 물론 통성기도, 새벽기도, 순종, 성경 읽기 및 요절암송, 예배훈련, 물질관, 시간훈련, 성품훈련, 섬김, 전도 등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훈련받은 분이다. 이 부부는 시간 시간마다 출석했다. 겸손하게 배우고 따랐고 갈급한 마음으로 사모했기에 스폰지처럼 흡수력이 누구보다도 높았다. 그때 은혜를 받은 성도다

그런 이 분이 진즉부터 인근 산에 아주 좋은 땅을 구입해 놓았으니 나에게 그곳을 와서 보고 기도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듣고도 차일피일 하다 이번에 마침 워크샵 장소가 그곳이어서 행사를 마치고 그 구입한 땅으로 가게 되었다. 이 성도는 그 산악지대에 오를 수 있는 특수 지프 차량을 별도로 구입해 두었다. 왜냐면 아직 제대로 닦여진 길이 아니기에 일반 차량으로는 불가능하였으나 이 개조된 차량으로는 거뜬히 거의 정상 문턱까지 다다랐다. 도착해서 본 결과 몇 가지 사실에 놀랐다.

첫째, 땅의 크기가 2,100평이나 되었다. 둘째 이곳까지 도로가 준비되어 있다. 셋째, 임야가 아닌 전(田)으로 오래전에 화전민이 살던 흔적이 있었고 그래서 우물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의 정상이기에 아래로 훤히 내려다 보여 산세(山勢)가 좋고 산에서 풍기는 좋은 공기가 최고였다. 뭔가 개발행위를 하기 위해 하우스 뼈대도 설치한 상태다.

이런 곳을 이 성도는 내게 보여주면서 ‘목사님, 이곳에 기도원을 지으면 좋지 않겠어요? 은퇴하시면 같이 살아요, 또 마땅히 갈 곳이 없으신 목사님들도...’ 그 말만 들어도 마음이 확 트인 산처럼 유쾌하고 흐뭇하고 고맙다.

내가 도와달라고 먼저 말한 것도 아닌데 그 누구도 못하는 후원금을 선뜻 내놓는 성도,
내 노후에 대해 일언반구 부탁한 적도 없는데 그 짧은 3년 채 안 된 만남으로도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모범으로 삼을 정도로 나를 대우하는 성도,
신앙 생활하다 궁금하면 항상 먼저 답을 하지 않고 내게 먼저 자문을 구하는 성도,
세상 욕심을 버리고 구차하게 살지 않되 받은 은혜를 기억하여 하나님 선한 사업에 우선하니까 더하여 주시는 은혜가 있는 성도 ...
그의 헌신에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이 울컥하여 눈물이 난다.

목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사례비로 사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베푸시는-사람, 타이밍, 사건 등- 은혜로 산다. 성도는 무엇으로 행복해 하는가? 통장에 쌓인 잔고가 아니다. 성도도 역시 하나님의 은혜와 복을 받아 섬기는 일로 행복해 한다. 노아가 그러했고 요셉이 그러했으며 특히 다니엘이 그러했다, 그리고 바울은 이것을 ‘은혜의 복음’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런 은혜받은 성도와 같이 자생력을 가지고 지극히 낮은 곳에서 각자 교회를 받들어 섬기는 분들이 한국교회 곳곳에서 떨쳐 일어나 은혜의 파도, 은혜의 강물이 우리 한국교회 안에 넘쳐나기를 기도한다.

배수로 설치한 모습
배수로 설치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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