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마운틴
블루마운틴
  • 서정남
  • 승인 2022.10.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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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94년에 뉴질랜드로 가서는 2001년에 다시 호주로 이민을 했다.

호주에 한 교회에 등록했더니 새신자 대접으로 명소 도처를 사모님이 안내해주셨다. 하시는 말씀이 뉴질랜드에서 온 분들은 경치를 봐도 감탄사가 없다는 것이다. 나도 그 중 한명이었다. 아기자기한 뉴질랜드 경치와는 달리 좀은 남성적인 호주 분위기는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는 수년 후에 나는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으로 갔다. 공부만 하고 오리라 했는데 개척까지 하고 긴 세월을 눌러 앉았다가 결국은 호주로 다시 돌아왔으나 경치 즐기는데 시간을 할애한 적은 없었다.

나의 성향을 아신 성도님의 제의로 처음으로 꽃구경 길에 나섰다.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호주는 지하철이 아니고 지상으로 운행하니까 이름 그대로 train인데 2층 기차이다. 기차를 타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가운데 통로를 중심으로 우측 좌석이 3인용, 좌측 좌석이 2인용이면 다른 층은 반대로 좌측 좌석이 3인용, 우측 좌석이 2인용이다. 승객 무게의 밸런스를 유지하여 안전운행을 도모하는 것이다. 의자도 마주보고 갈수 있도록 앞뒤로 움직이게 되어있다. 외곽으로 나가는 기차는 화장실도 있고 맨 앞 칸과 마지막 칸이 quiet carriage라고 잡담을 금하는 침묵 칸이다. 이건 아주 좋은 시스템 중에 하나라고 생각된다. 한국 위의 어떤 큰 나라 민족들은 호주에서도 고성에다 공공예절이 제로이다. 눈살 찌푸리다 보면 모처럼의 여행이 의미 없어지니까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들은 떠들어야 하니까 맨 앞 칸이나 마지막 칸을 절대 타지 않는다.^^

기차를 타고 내릴 때도 호주는 안전하게 내리고 안전하게 탈 때까지 기다려 준다. 야광색 조끼를 입은 직원이 기차의 앞쪽과 끝에서 승객들 승하차를 확인하고선 깃발을 흔들면, 운전자는 eye contact을 하고, 기차는 "Closing the door" 라는 방송을 하고, 비로소 문이 닫힌다. 그 깃발만 흔드는 직업도 연봉이 1억에 육박한단다.

복음이 기초가 된 나라는 첫째가 사람이고 그리고 안전이다. 버스도 마찬가지로 정거장에 정차를 하고 난 뒤에 승객들은 좌석에서 일어나서 내릴 준비를 한다. 이 행동이 초반에는 참 적응하기 힘들었고 보기에도 속이 터졌다. 오히려 한국처럼 미리 나가서 서있는 나를 그들이 봐 내기 힘들었으리라. 친구 차를 탔을 때에도 앞에 목적지가 보이기에 안전벨트를 찰칵 푸니까 운전자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차가 파킹을 한 뒤 벨트를 풀어야 하였다.

우리 팀은 블루마운틴의 중심부인 Laura라는 지역으로 갔는데 블루마운틴이 가까워지자 멀리보이는 지평선인 듯 한 산들의 색이 정말 Blue이었다. 낮게 깔린 구름과 유사하다. 도처의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발산되는 유액이 태양열에 의해 푸른 안개를 자아내는 현상이라고 한다. Leura 역에 탑승객들이 거의 다 내린다. 호주 시월은 한국의 사월과 같으니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나무에도 꽃이 핀다. 가로수에는 붉은 벚꽃이 만개하였다. 한 시간 반을 기차로 달려온 나를 꽃들이 격하게 환영한다. 어떤 나무는 꽃을 피우고 어떤 나무는 잎 자체가 꽃과 같은 색깔을 띠고 있으니 온통 꽃 천국이다.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때에 따라 공급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느껴진다. 관광객들은 여성 비율이 많고 남성들은 주로 사진작가들인지 연신 촬영하느라 바쁘다. 여성 관광객들의 취향을 저격해서 아기자기한 선물가게와 옷집들, 카페들이 가로수 길가에 늘어서서는 손님을 자꾸 부르는 여성형의 마을이다. 그 유혹을 벗어나니까 잡지에서나 보암직한 정원들이 개성을 한껏 뽐내며 행인들의 발걸음을 또 다시 붙잡는다. 어느 집은 정원을 보여 주는데 $8을 받는데 아마도 그 가치를 하나보다. 그럴 정도로 그들이 가드닝에 공을 들이는데는 지역단위로 매년 우수 가드닝 콘테스트가 있단다. 상금도 적지 않은데 몇 년간은 코비드로 인해 쉬고 있는 상태란다.

상설가든도 있는데 $10을 내면 입구 언저리만 돌아볼 수 있고, $30이면 가든의 절반 정도를 보여주고, $40이면 깊은 곳, 주인의 보물 정원까지 보여준단다. 지성소가 생각났다. 나의 첫 나들이는 $10로도 충분하였고 그만해도 실망시키지 않는 콸리티였다. 우리는 잘 가꾸어진 잔디에 돗자리를 펴고 각자의 도시락을 오픈하였더니 한국 뷔페 한 상이 부럽잖다. 군데군데 다 민족들의 전통음식을 곁눈질 할수 있었다. 여기서도 어떤 나라 사람들은 꽃 앞에서도 예의를 무시하고 먹으면서 까지 떠든다. 그들의 육을 보고 판단하는 나를 보며 순간 나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래 동생은 서울서 20년 세월을 조선족을 품고, 그 아래 동생은 그 나라까지 가서 십 수 년을 선교하며 교회를 몇 개 세워두고 왔는데 말이다.

가시적인 초록과 체감되는 적당한 기온이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 시즌을 자꾸 연상시켜 주며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뉴질랜드는 11월 말 경인데도 집집마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과 인형, 조명이 실내에서 정원과 나무, 지붕위에까지 데코레이션되어 방문자들의 눈을 호강시켜 주었다. 그들도 우수작품을 선정해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가정은 전기회사에서 일 년치 전기료를 면제해 준다니~ 여유로운 이들의 삶이 그저 부럽기만 하였다.

걷기를 싫어하는 내가 오늘 본의 아니게 10,000보나 걸었다. 내 몸이 기뻐함을 느낀다. 월 2회는 자연을 만나겠다고 내 몸에게 약속해야겠다. 호주는 복지 천국이라서 내 나이는 하루 $2.50(약2,300원)만 내면 기차, 버스, 페리호, 전차, 배 무엇이든 이용할 수 있고 환승이 된다.

walking practice, fresh air, vitamin D,

주님이 만드신 환경과 혜택을 누리며 건강도 돌보자. 부쩍 소천하는 분과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땅과 거기에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가운데에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시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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