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성찬식
병상 성찬식
  • 서정남
  • 승인 2022.10.0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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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 시작됩니다.

첫날은
작정기도회가 마치는 날이었습니다. 의학이 풀지 못하는 병의 흉악의 결박을 푸느라 저는 3일을 금식하며 기도로 도왔습니다. 성도위한 금식이 처음이니 너는 엉터리 목사 아니냐는 자책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금식을 마치고 한술 뜬 그 묽은 미음이 무어라고 그리 큰 에너지가 되던지요ᆢ 곡기의 위력이 참 대단했습니다. 먹질못해 기력이 쇠해가는 환자의 고통에 대해 천분의 일도 안되겠지만 느끼게도 되었습니다.

10월 2일은
호주의 썸머타임이 반년동안 시작되는 날이고 이제 한국보다 시간이 2시간이 앞섭니다.

10월 3일은
호주의 노동절, 월요일이 휴일이니 황금연휴를 맞습니다. 환자에게 병상 성찬식을 하겠다고 자제분들을 본댁으로 모이라고 하니 모두 순종하셨습니다.

문제는 환자의 남편입니다. 기도회도 같이 하셨다지만 예수님 영접 여부는 불확실하기에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분은 성찬을 준비해서 가는 여자 목사를 겸손하게 맞이하셨습니다. 제가 간병의 수고를 치하하며 맘 문을 열어 드리고는 예수님을 제의했더니 예상 밖으로 잘 응해 주셨습니다. 아버님이 예수님 영접하실 때, 자제분들도 곁에서 도왔습니다. 하늘나라 생명록에 이름 석자가 새겨지는 잔치가 그려졌습니다.

성찬식에는 불편한 환자를 중심으로 모든 가족이 정성을 다해 참여하는 은혜로운 시간이었고 영적 열기도 높았습니다. 환자는 목사가 갈 때마다 최상의 과일을 남편에게 오더해서 준비해 둡니다. 블루베리가 체리 크기이고 딸기가 키위만큼 크니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거를 포크로 찍어 목사님꺼라고 늘 구별해 주십니다. 주님께 드린 것입니다.

작정기도회라는 긴 터널을 나오고 보니 변화가 분명 있었습니다. 주님은 한사람 한사람을 만지셨습니다. 환자는 아주 성령충만한 성도로 거듭나서 생각과 언어(문자 표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불신자 남편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두 아드님은 기도회가 끝났어도 종전과 동일한 시간에 어머님을 위한 기도를 지속할 정도로 신앙이 성장하였습니다. 초등학생 손자는 가정예배의 찬양시간을 기다리며 찬양을 더 오래 해야 한다고 하니 은혜 위에 은혜입니다. 한 가정이 예수 그리스도를 공통분모로 온전히 세워졌습니다.

화가 복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이 되었습니다. 기도회 참여자는 환자의 안 사돈에서 또 안 사돈의 지인들까지 범위가 확대되어 간다고 도중에 말씀드렸습니다. 그 중 한분의 사위가 대장암이 갑자기 드러났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사위분의 수술까지 성공적으로 마쳤고 그의 장모님까지 기도의 용사가 되신 결실입니다.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역사하심의 지경이 얼마나 넓은지 보기에도, 느끼기에도, 벅차기만 합니다.

한 대학후배가 SNS에 <올해 그림을 너무 안 그려서 우울하네요 너무 바빠요>라는 짧은 문장을 올렸습니다. 저는 그림 안 그려도 안 우울하고 오히려 목양의 열매와 제 컨디션이 비례선상에 놓일 때가 잦습니다. 전시회와 목양으로 육신은 피곤하지만 천국백성이 세워지는 역사가 제게 참 쉼이되니 주님께서도 후자를 더 기뻐하심이리요.

배가 부릅니다. 긴장된 근육이 풀어집니다.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고전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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