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orm 전문가
Reform 전문가
  • 서정남
  • 승인 2022.10.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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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하다 보면 많은 목사님을 만나고 목양실을 구경한다. 목양실의 배치가 비 활용적인 경우를 보면 안타깝지만 침 한번 꿀꺽 삼키고 만다. 목양과 관련된 부설 시스템을 갖춘 교회들을 보면 부럽다. 기억에 남는 한 교회가 있다.

호주 퀸즈랜드 주, 골드코스트의 <비전 장로교회>
새벽비행기로 골드코스트 공항에 도착한 나를 픽업하려고 윤명훈목사님은 새벽같이 나오셨다. 17년만에 와 보니 고층건물도 꽤 늘어났다. 창밖 전경에서 눈을 못떼는 날 위해 목사님은 경로를 변경하여 행복한 시간을 연장시켜 주셨다. 여선교 회원들이 아침부터 나와서 전시장 단장을 마치고 작가와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교회의 분위기는 예사롭지가 않았다. 작품 display를 마치고 윤 목사님이 오더하신 sushi로 봉사자들과 브런치를 나누고 tea time에 목사님이 한 공간을 소개하신다. 넓은 베란다를 개조한 목공 작업실이다. 교회는 자체 건물로서 전문화된 목공 장비와 미완성 작품들이 즐비하다. 목공실을 본 나의 첫 마디가
"아...목사님 너무 부러워요..."
몇 몇 목사님들이 나를 보고
'그림 그리는 서목사가 부럽다' 하실 때 이런 맘이셨을까?

이곳서 토요일에 있는 목공 수업의 특징은 재료비가 0원이라는데 이유가 재료들이 길거리 표였다. 버려진 나무나 널빤지를 주워서 겉을 샌딩하고 감춰진 결이 드러나게 하여 생활에 필요한 소품들을 만든다. 첫 번째로 드는 나의 생각이 담임 목사님의 취미로 시작한 것이 클래스로 확대된 줄 알았다. 두 번째는 성도들이 교회 밖에서 갖는 여가를 교회로 집중시키자는 목사님의 의도라고 여겼다.

나의 판단은 둘 다 빗나갔다. 새 생명을 불어넣어 새롭게 부활하는 과정과 실상을 통해 성도들이 복음을 체험하고 그리고 주님의 맘을 느끼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고 하셨다. 생명 지키기 운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장소가 교회이다 보니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장점도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런 재능들이 모아져 문화축제로 이어진다고 한다. 작품 전시회와 음악회와 먹을거리까지 풍성한 마당에 이웃을 초청하는 새생명 잔치이다. 담임목사님의 온유한 성품이 혼연일체의 리더십으로 나아감이 보인다.

나도 나무를 만지는 일이 재미있고 나무를 보면 그냥 설렌다. 지난주도 누군가가 쓸 만큼 썼다고 내놓은 클래식한 나무의자를 내가 입양해서 씻고 샌딩하고 페인팅해서 새것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작업하다 보니 연장들도 웬만한 남자들보다 많다. 낡은 집을 보면 어떻게 고쳐야 할지 답이 보인다. 그래서 친구의 40평 아파트를 리모델링해 주었다. 완성 후, 친구가 건네는 헌금을 개척하는데 보탰었다. 여성들이 잘 가는 백화점을 나는 신앙이 철들고 나서는 발길 끊었는데 건축자재 백화점은 가끔 들린다.

목공실에서 대기하는 폐 목재들은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지 않았다면 매연 뒤덮인 곳에서 썩던가 아니면 쓰레기 하치장으로 옮겨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운 좋게도 건짐받고 주인이 씼겨주고, 거칠고 상처난 껍질 다 벗겨내 주고, 속살을 드러내어 새 모양으로 만들고 새 칠을 해주었다. 쓰레기 하치장이 아닌 집 가장 좋은 곳에 모셔두고는 애정을 가지고 닦아주며 이뻐해 주니 개과천선했다.

생명살리기, 주님의 뜻이고 바로 이것이 복음 아니던가?
내가 나 된 것도 정확하게 같은 이치다. 구원은 내가 택한 것이 아니었다. 목수에 의해 수동적으로 건짐받았고 건질 때 어떤 모양으로 만들 것이라는 청사진이 목수에게는 이미 있었다.
"진흙으로 만든 그릇이 토기장이의 손에서 터지매 그가 그것으로 자기 의견에 좋은 대로 다른 그릇을 만들더라(렘18:4)."
그 목수는 바로 Reform 전문가이신 예수그리스도 이시다. 주님이 열두 제자들 부르실 때 대단한 사람들을 택하신게 아님을 알면서도 내가 주님께 늘 하는 질문이 있었다.

왜 꼭 나를 원하십니까?
온유하고 순종하는 자를 택하시면 수월하실 거 아닙니까?
그 답을 Reform 작업 도중 얻게 되고 변화된 나를 보며 깨닫는다. 나무도 거친 표면을 가진 것일수록 안에 감추인 결은 더 아름답지 않던가?
그렇다.
나는 그런 쉽지않은 재료였다. 그래서 주님이 더 작정하고 깎으셨나 보다. 아직도 이 작품은 완성품이 아니고 공사중이다. 여전히 작업자의 손길이 필요하기에 함구하고 나를 맡기고 있다. 리폼한 후의 그 희열과 애착은 작업자 만이 안다.

지금 쯤, 주님께서 나를 보며 미소 지어 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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