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불산
초일불산
  • 서정남
  • 승인 2022.09.2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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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의 수준이 선을 넘어서고 있다. 내가 24년 전에 30만 원짜리 약을 구입하고선 0원도 지불 않았다고 한다. 2022년까지 이자와 제반비용을 합산해서 300만원 가까운 금액의 지급명령서가 법원에서 날아왔다. 한국의 동생이 연락을 주기에 보이스피싱이라고 했더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보낸 등기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그녀는 어머니를 닮아서 남의 못 푸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많이 똑똑한 동생이다. 순간 과거로 기억소환을 해보지만 1998년에 나는 아이들과 뉴질랜드에 유학 중이었다.

사진으로 보낸 서류를 퇴근한 아들에게 보여주었다. 아들은 호주 변호사이다. 읽더니 "어슬프게 장난치네, 일반채권 소멸시효기간은 십년인데 98년도에 샀다고? 제대로 좀 적지" 하며 보이스피싱에 무게를 두었다. 그렇다고 이걸 무시하고 내버려 두면 법의 불이익을 당하고 이의신청은 송달일로부터 14일 이내에 보내야 한단다. 그래서 어떤 이는 변호사에게 맡기거나 변호사 비용과 요구금액을 저울질 하다가 차라리 돈을 내기도 한다 하니 그걸 노리나보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서울에 잘 아는 변호사에게 보냈다. 그가 다음날 조회를 하더니 이 사건이 법원에 접수된 게 사실이란다. 나는 이 레터 자체가 가짜라 여겼는데 사건을 조작해서 접수까지 한 레벨업 된 사업에 그저 웃을 뿐이다.

변호사에게 이의신청을 재촉했더니 '시간 충분합니다 <초일불산>' 이라고 보냈다. 처음 듣는 초일불산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주로 부동산계의 용어인데 첫날은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등기가 도착한 <도착 다음날~14일 이내> 에만 접수되면 효력이 있다는 것이다. 나 경우에는 '채무부존재'와 '소멸시효완성', 두 가지로 이의신청을 하였다.

보이스피싱에 얽힌 사연들이 있다.

내가 신학하려고 외국서 한국에 들어온 다음해이다. 어리바리했던 내게 마포경찰서로부터 전화가 왔다. 강동구의 한 사건에 휘말려 고소장이 접수되었다고 한다. 경찰은 도와주겠다고 하나씩 질문해 나간다. 다 기억할 수 없지만 마이너스 통장이 있는지를 물었다. 처음 듣는 단어, 마이너스 통장? 그게 무어냐고 나는 되묻는다. 저쪽서 마이너스 통장을 설명하면서 계좌를 알려달라고 한다. 나는 그게 무어냐고 연거푸 물으니 이 사람과는 작업 안 되겠다 싶은지 전화를 끊어버린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마포경찰서로 전화했더니 보이스피싱이라고 정의 내려주었다.

이 사건을 친정어머님께 알렸더니 첫마디가 바보 같다고 하신다. 요즘 어떤 세상인데 그런 걸 속냐고? 그분은 많이 똑똑하시다.

똑똑하신 분이 본인의 경우는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이야기 하려고 한다. 어머니는 막내딸과 가까이 사셨는데 하루는 외손녀가 아파서 학교를 늦게 보낸 날이다. 동생이 딸을 학교앞까지 픽업해 주고는 잘 들어갔는지 궁금한 차에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기 너머로는 엄마 살려달라는 딸의 절규, 그 소리에 정신이 휙 돌아간 동생은 돈과 딸과 바꾸자는 상대의 제의에 atm 기계로 달려가서 요구금액을 이체하기에 이른다. 더 충격을 받은 분은 어머님이시다. 그분도 실전에서는 이론에 불과^^ 사위들한테 전화하시고 사위들은 처가로 달려오고. 3째 사위가 성신여중으로 가서 조카가 교실에서 수업 중인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사건은 종결됐으나 이미 거금이 건너가 버렸다. 다행히 그 돈이 수일 후에 역송금 된 데는 은행 여직원의 공로가 있었다. 그녀는 거금이체를 수상히 여겨 이체를 홀딩 하였다. 여성의 feel은 정말 대단하다!

나 사건은 사기꾼들이 고소장을 접수한 날이 8월30일이다. 다음날인 9월1일부터 우리는 환자를 위해 작정기도회를 시작했다. 사탄의 움직임은 우리보다 하루 빨랐고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뺏어갔다.

나는 젊은날의 무기였던 금식기도를 지금 추가하고 있다. 이를 안 환자의 아들 내외가 저녁금식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이번 기도회는 역사가 크리라고 예상된다. 70평생 주님이 필요하지 않았던 분에게서 회개가 터지고, 창조주를 인정하고, 예수님을 영접하고, 언어와 고백이 바뀌고, 자녀들이 기도하게 됨은 큰 변화이다.

그림 그리는 목사에게 주님은 환자를 자꾸 붙여 주신다.

우선순위를 바꾸시려나 보다.

"손을 내밀어 병을 낫게 하시옵고 표적과 기사가 거룩한 종 예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게 하옵소서(행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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