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고민
아내의 고민
  • 신상균
  • 승인 2022.09.15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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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되면 아내는 고민에 빠집니다.
매년 추석이 되면 아내는 교회 성도님들에게 선물을 합니다.
물론 전 교인에게 하지는 못하고,
장로님들과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에게 선물을 전달합니다.
처음에는 선물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해 두해 세월이 흘러가면서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왜냐하면 선물하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분은 이렇게 고맙고
저분은 저렇게 고맙고
그분은 그렇게 고맙고
그렇다고 작년에는 고마움을 표시했던 분은 모른척 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작년에 선물했던 분, 재작년에 선물했던 분
이렇게 한두분씩 선물을 하다보니 선물할 분들이 점점 더 많아졌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한두해 선물을 하다보니 그분들의 기호를 알게 됩니다.
이분은 신과일을 싫어하시고
이분은 견과류를 싫어하시고
이분은 단걸 싫어하시고
이분은 농사를 지으시고
그러다보니 선물 내용이 한정됩니다.
물론 돈이 많으면 한우선물셋트가 제일 좋겠지만
우리집도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점점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또 선물해야 할 분들이 많아지면서 아내의 고민은 깊어집니다.
남편인 내가 보너스라도 턱 내 놓으면 좋으련만
저도 점점 더 씀씀이가 많아지다보니
아내의 고민을 못 들으척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추석이 가까워오자 성도님들이 사택문을 두드립니다.
성도님들도 목사님에게 추석 선물을 가져옵니다.
누가 가지고 왔느니?
무엇을 가지고 왔느니?
하고 묻다가는 성도들에 대한 마음이 달라질까봐
아내도 특별히 가르쳐주지 않고
저도 묻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금년에는 성도님들이 선물이 확 줄어든 것 같습니다.
성도님들의 관심이 식었나 괜시리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아내가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권사님이 가져오신 것은 이리로 보내고
조권사님이 가져오신 것은 조리로 보내고
고집사님이 가져오신 것은 고리로 보내고
그런데 돌려막기를 하면서 또 고민합니다.
그리고 가끔 저에게 묻습니다.
”○○ 드실거예요“
만약 내가 먹는다고 하면 아내의 고민이 깊어질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대답합니다.
”아니, 안 먹어도 돼요.“
그러다 아내가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성도님에게 주면
왜 그리 섭섭한지...

추석이 지나가면서 아내의 고민도 끝나는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또 고민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 그 권사님 못 챙겨드렸네. 뭘 드리지?“
아내의 고민이 끝나야 추석이 다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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