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에서 품귀가 되니
완판에서 품귀가 되니
  • 신상균
  • 승인 2022.09.28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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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수확후에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고구마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고구마 농사를 지은 성도님들마다 금년에는 고구마가 많이 안 달렸다는 것입니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고구마 신청을 받았습니다.

교회 게시판 신청란에 이름이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한 박스에 2만원.

고구마 농사를 지었던 목사님들마다 고구마 판로가 없어서 고구마 농사를 안 짓는다고 했습니다.

내심 걱정이 됩니다.

그런데 하나하나 채워집니다.

어떤 분은 한박스, 어떤 분은 3박스, 어떤 분은 10박스

 

판로가 없어도 줄 때는 많으니 별로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9월 25일 주일 오후 고구마 수확이 시작되었습니다.

각 선교회마다 2골에서 4골씩 나누어 고구마를 캐기 시작합니다.

젊은 새댁도, 나이드신 할아버지도 각 선교회에 할당된 골에 앉아 고구마를 수확합니다.

흙속에 숨겨 있던 고구마들이 두더쥐 얼굴 내밀 듯 쏙쏙 얼굴을 내밉니다.

순식간에 흙위에 붉은 고구마들이 나뒹굴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한 쪽에서는 하얀 박스에 벌건 고구마를 채워 넣습니다.

10박스, 20박스, 30박스

아니 그런데 고구마가 모자랄 것 같습니다.

그러자 진행하는 권사님이 말합니다.

”입금순으로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성도님들이 고구마를 캐다 말고 손에 손에 돈을 꺼내들기 시작합니다.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더니 계좌로 입금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분은 나중에 줄테니 내것은 꼭 챙겨 달라고 합니다.

어떤 분은 내가 먼저 가져 가겠다고 아예 기다립니다.

갑자기 고구마 캐다가 시장판이 되었습니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제가 나섭니다.

”판매 중지. 여기 있는 것 다 수확한 다음에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판매중지“

 

아쉬워하는 성도들의 눈총을 받으며 고구마를 다 수확한 후 교회로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세어보니 큰 일 났습니다.

사겠다고 신청했는데 아직 드리지 못한 고구마가 80박스인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구마는 20박스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목사님 어떻게 해요?“

진행하는 분이 안절부절 합니다.

고민 끝에 저는 결론을 내립니다.

”5박스 신청하신 분은 한박스, 10박스 신청하신 분은 2박스 드리세요.“

진행하는 권사님이 말씀하십니다.

”어디서 사서 드리면 안될까요?“

작년에는 고구마가 완판되었다고 기뻐했는데, 금년에는 품귀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품귀현상이 일어나자 욕심이 생깁니다.

고구마 진행을 하시는 분에게 인상을 쓰면서 ”내건 꼭 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있을 때는 여유가 있지만 없을 때는 달라진다는 것을

 

지난 수요일 교회론 강의를 하면서 교회의 속성중에 거룩성에 대하여 말했습니다.

교회가 거룩한 것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똑같이 사랑을 베풀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식간에 거룩성이 사라지고 세상과 똑같아졌습니다.

마치 한표라도 더 받기 위해 난리치는 선거판 같았습니다.

다음날 새벽 저는 성도님들에게 말했습니다.

고구마 때문에 싸우지 맙시다.

서로 양보합시다.

10개 신청한 사람은 2개 양보하고, 5개 신청한 사람은 1개 양보합시다.

초대교회처럼 내가 가진 것은 나누어 가집시다.

 

밴드에 문자가 올라옵니다.

2개 반납하겠습니다.

고구마 농사 지었지만 교회 건축을 위해 구입했는데 내놓겠습니다.

1박스 교회에다 가져다 놓겠습니다.

저는 5박스 신청했는데, 5박스 다 반납하겠습니다.

 

고구마 판 것보다 더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품귀현상이 생기면 욕심이 생긴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을 깨달으면 나눔이 생긴다는 것을 고구마를 보면서 기도합니다.

하나님! 욕심부리지 않고 살게 해 주세요.

내가 가지려고 하기보다 내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이제는 연급도 나이도 들었습니다.

더 갖게다고 싸우는 추한 목사가 아니라  내것을 나누어주는 넉넉한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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