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말하지 않아요
이제 말하지 않아요
  • 신상균
  • 승인 2022.09.22 0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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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님들이 즐겁게 웃으면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
지나가면서 물었습니다.
”뭘 그렇게 재미있게 말씀하고 계세요.“
그러자 성도님들 입을 가리며 말합니다.
”아무것도 아니예요“

이상해졌습니다.
어느날부터 성도님들이 제 앞에서 말을 잘 안합니다.
예전에는 목사님 하고 부르면서
별별 이야기를 다 했는데
이제는 제가 가면 그냥 웃기만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제 아내에게 뭘 그렇게 말하는지 속닥거립니다.
제 인기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어느날 교회 일로 장로님과 상의할 때가 있었습니다.
장로님이 아주 곤혹스럽게 말합니다.
”목사님 이번일에 어떤 선교회는 빠지겠대요.“
그런데 어느 선교회도 제 앞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진짜 그런 말을 했는지, 아니면 와전된 말인지 헷갈립니다.
어느날 한 권사님이 말씀하십니다.
”목사님, 어떤 성도는 목사님 앞에서하고 완전히 달라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모든 성도들이 제 앞에서는 천사입니다.
말도 잘 듣고, 아멘도 잘하고, 순종도 잘합니다.
저와 말을 하기 싫은 걸까요?
어차피 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한 때문일까요?
금년 한해만 참자하고 견디는 걸까요?

이상합니다.
이제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서로 알만큼 압니다.
하고 싶은 말 해도 되고, 하기 싫은 일 안한다고 해도 괜챦은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말도 안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묵묵히 일하던 권사님이 말씀하십니다.
”목사님, 이제 목사님이 아주 편해졌어요.“
예전에는 어려워서 말을 못했는데, 이제는 편해져서 말을 안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갑니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아는 사이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은 하지 않고
서로에게 좋은 말은 표정과 태도로 말하고
아무말하지 않아도 편한 사이

나는 하나님과 어떤 사이일까?
말하지 않아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편안해하고 있을까?
왜 내 마음을 모른다고 하면서 불평하고 있을까?
수요저녁예배가 끝나고 나서 바라본 하늘
내려앉는 별빛 속에서 나도 이렇게 말해봅니다.
”하나님 저도 하나님이 아주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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