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그 헌금 가지고 뭐해요?
아빠! 그 헌금 가지고 뭐해요?
  • 신상균
  • 승인 2021.12.02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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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 예배가 끝나고 나서 재무부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예산 초과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추수감사절 헌금은 예산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우리교회는 11월 셋째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켰습니다. 그러다가 금년부터 11월 첫째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키기로 했는데, 날자를 앞당겨 지키다 보니 추수감사절을 제대로 준비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하여 어려운 상황속에서 추수감사 헌금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너무 놀라와서 집에 들어와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이번 추수감사절 헌금 예산 초과래!”
기쁨에 겨워 말을 하자 옆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던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제게 물었습니다.
“아빠! 추수감사절 헌금 가지고 뭐해요?”
순간 저는 갑자기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추수감사절 헌금 가지고 그동안 교회 재정에 사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선교하고 구제하고 봉사하는 일에 썼던 헌금, 그런데 추수감사헌금으로 그렇게 쓴다고 말하려니 뭔가 어색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응! 교회에 필요한 일에 쓰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그리고 나서 저는 오랫동안 생각했던 일을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동안 우리교회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눙을 실천했습니다. 행사 때마다 계란이나 떡을 나누어 주고, 어려운 가정의 집수리와 기름값등 필요한 것들을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지역에 있는 기관에 전달해 준 적은 없었습니다. 자칭 백운에서 가장 큰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스스로 도울줄만 알았지 행정복지센터나 다른 기관을 통하여 도움을 준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는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었지만, 우리 아들이나 초신자들에게는 교회가 헌금을 해서 무엇을 하는지 모를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러다가 면장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면장님, 코로나 시대에 수고가 많으시는데 제가 점심 한번 대접하겠습니다.”
면장님은 저의 전화에 의아해 하면서도 저와 점심 약속을 잡았습니다. 면장님과 만나 식사를 하면서 깜짝 놀랄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면장님은 백운이 고향인데 한번도 교회에 나와 본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때다 하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우리교회가 지역사회를 돕기 위해 성금을 드리려고 하는데, 면장님께서 교회 오실 수 있으신가요? 광고시간에 오셔도 좋은데, 이왕이면 예배시간에 오시면 더 좋겠습니다.”
한번도 나가보지 않은 교회, 그것도 주일날 예배시간에 오라는 말을 들은 면장님, 잠깐 고민하는 것 같더니 흔쾌히 오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드디어 주일 오전, 성도님들에게 면장님 오시니까 앞자리에 앉게 안내하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예배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오시지 않는 것입니다. 기다리던 저는 10분전에 강대상에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예배가 시작 되었습니다. 그런데 면장님이 안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교회 한번도 안 오신 분이 예배시간에 맞추어 오겠어. 게다가 절 다니는 분이, 광고시간에 오시겠지’
그런데 찬송을 부르는데 면장님이 들어오시는 것이었습니다. 혼자 오시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 팀장과 직원까지, 이렇게 세분이 함께 오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예배를 드리셨습니다. 광고시간 사랑의 성금을 전달하면서 면장님에게 말씀을 하라고 했더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저는 백운교회 처음 들어와 봤습니다. 거기다 신성한 무대까지 올라와서 신도님들께 인사를 드리게 되니까 참 영광스럽습니다. 잠시 제가 말씀을 듣고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참 정숙하고 절도있게 하시는구나. 또 가장 감명 깊은 것은 우리 목사님하고 신도님들이 서로 소통을 하면서 예배를 드리는구나. 우리나라 대부분 사람들이 아무말도 안하시는데 여기는 안 그러시네요”
저의 교회는 면장님의 말처럼 가장 신성하고 정숙하고 소통하는 교회가 되었고, 저는 면장님의 우리 목사님이 되었고, 면장님은 처음으로 우리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셨습니다.

추수감사절을 통하여 사랑의 성금을 전달한 것도 기뻤지만, 평생 교회에 한번도 오지 못한 분들과 함께 예배드려서 기뻤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헌금이 이런 일에도 쓰여진다는 것을 아들에게 알려준 것도 기뻤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저는 아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제 마음속에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봤지, 교회는 헌금해서 이런 일도 하는거야.”

성금을 전하는 백운교회 목사님과 장로님, 그리고 면장님과 사회복지팀장님
성금을 전하는 백운교회 목사님과 장로님, 그리고 면장님과 사회복지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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