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님의 진가
장로님의 진가
  • 신상균
  • 승인 2021.11.24 2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주일, 관리부장이 월요일부터 교회 주차장 보강토 옹벽 공사를 하기 위해 장비를 맞추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월요일부터 2박 3일동안 연회 부흥단 모임이 있어 교회에 있을수가 없었습니다. 관리부장이 건축을 하는 분이기에 알아서 잘 하겠지만 교회를 비우고 떠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중간중간 결정해야 할 사항도 있었고, 고생하는 성도님들에게 성도님들에게 격려도 필요했습니다.

월요일 오전 공사하는 권사님과 성도님들을 만나고 난 후 저는 교회를 떠났고,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추운 날씨속에 작업이 잘 진행되나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우리교회 밴드에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에 우리교회 장로님이 왔다갔다 하면서 공사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월요일 공사가 끝나고 사진을 정리해서 교회 공사 진행사항을 알려주시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화요일 잠시 쉬는 시간에 낯선 전화가 왔습니다. 받아보니 한국전력 직원이었습니다. 교회 주차장 내에 있는 전봇대를 옮겨달라고 신청을 했는데 전봇대 이전을 하기 위해 지금 교회로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장로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전력에서 교회로 오니 전봇대 옮길 곳을 지정해 주시라고 말했습니다. 제대로 잘 옮겼을까 걱정하고 있을 때, 장로님은 이전된 전봇대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니 또 그날 있었던 작업 현황을 사진 찍어서 밴드에 올려 주셨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교회를 비우면 꼭 일이 생깁니다. 그런데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때마다 저는 장로님께 전화를 하기 때문입니다.
“장로님, 지금 제가 나와 있는데, 교회가서 확인 좀 해주세요.
장로님! 지금 제가 모임 때문에 와 있는데 교회에 공사하는 분이 오셔대요. 가서 만나 주세요.”
그럴 때마다 장로님은 “예”하고는 교회로 달려가 일 처리를 하십니다. 이번에도 제가 없는 3일동안 장로님은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부흥단 모임동안 다른 교회 목사님이 불평을 하십니다. “요즘 장로님들은 일을 안하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한 예화가 떠올랐습니다.

     매일 집안을 어지르고 정리하지 않는 개구쟁이 아들이 있었다.
     엄마는 아이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 한가지 꾀를 냈다. 
     잠자리에 들기전에 아이에게 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옛날 옛적에 아주 착한 아이가 있었대.
    그 아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다 놀면 항상 장난감 정리를 했어.
    그리고 그 아이는 잠자리에 들기전 스스로 씻었어.
    정말 착하지?
    엄마의 말을 듣고 있던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그 애는 엄마가 없나봐.”

목사님이 왜 있을까요? 말씀만 전하고 기도만 하라고 목사님이 있는 걸까요?
목사님은 교회 모든 것을 다 하는 분입니다.

그래서 교리와 장정에는 담임자를 영적 지도자, 행정 책임자, 교회 회의의 주재자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회 모든 일은 다 목사님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 장로님은 뭐하는 분일까요? 장로님은 담임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장로님은 목사님이 없을 때, 그 일을 하는 분입니다. 그래서 평소에 장로님은 목사님의 일을 돕지만, 목사님이 없을 때는 장로님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입니다.
목회하는 동안 장로님들과 성도님들은 제가 없을 때마다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성지순례를 가면 저녁마다 교회에서 기도를 했고, 주일 장례가 생겨 부득이 예배를 드려야 하면 장로님이 가셔서 하관예배를 드렸습니다. 너무 멀어서 병문안을 못갈 때는 장로님이 가셨고, 제가 교회를 갑자기 비우면 예배를 인도하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있을 때는 굳이 장로님이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예배도, 장례도, 병문안도, 행정도 제가 있으면 제가 다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목사님이 계실 때는 목사님이 진가를 발휘합니다. 그러나 목사님이 안 계실 때는 장로님이 진가를 발휘합니다. 목사님이 장로님이 일을 안한다고 하는 이유는 목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엄마가 있을 때 아이가 일을 안하는 것과 같겠지요.

수요일, 다시 교회로 돌아와 저녁예배의 자리에 섰습니다. 목사인 저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목사가 없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장로님과 성도님들이 수요예배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