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아펜젤러 남부순행일기 8월 27일 화요일 대구 경샹도
제10화 아펜젤러 남부순행일기 8월 27일 화요일 대구 경샹도
  • 리진만
  • 승인 2021.08.0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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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침내 넓고 부유한 경상도의 수부에 도착했다. 우리는 산을 가로질러 왔는데 이 경사진 계곡은 내가 조선에서 본 곳 중 가장 광대한 풍경이었다.

우리가 이 계곡에 들어섰을 때 해는 막 산꼭대기를 넘어갔다. 우리는 3마일 이상을 천천히 올랐고, 빠른 물살이 지나는 중턱 좌우에는 볏논이 있었고 그 위쪽에는 산이 우뚝 서 있었다. 계곡 폭은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물길은 구불구불했고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자 우리는 공기가 시원하고 상큼하다고 느꼈다.

나는 오늘만큼 말을 타고 여정을 즐긴 일은 없었다. 침구를 더 덮었지만, 밤에는 싸늘했다.

모든 사람이 오늘은 늦잠을 잤고 우리는 늦게 출발해서 이곳에 왔다. 이곳 감영 북문을 통해 오후 1시에 도착했다. 이곳 경상도 수부의 첫인상 역시 그리 좋지는 않았다.

나는 도착 즉시 전신소에 가서 우리가 무사히 도착했다고 엘라에게 다음과 같이 전보를 보냈다. “지금 왔소, 다 잘있소, 내일 떠나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나는 다음과 같은 답신을 받았다. “다 잘잇소, 아부인.” 이를 통해 우리가 떠난 후 앨리스의 열병은 많이 호전된 것 같아 만족할 만했다.

남문 뒤쪽으로 말을 타고 나가 봤으나 파는 물건을 볼 수 없었다. 나는 실망해 되돌아왔다. 우리는 판관(判官)에게(당시 대구도호부의 관찰사는 김명진(金明鎭)으로 대구읍지에 따르면 1888년 8월부터 1890년 6월까지 재직했으며. 이들을 영접한 판관은 홍용관(洪用觀)이였다.) 호위병을 요청했고, 오늘이 마침 장날이어서(대구읍지에 따르면 “읍장(邑場)은 매 2일과 7일에 서상(西上)에서 열리는 장이다. 서상은 부(府)의 서쪽으로 3리 거리에 있다”라고 아펜젤러의 설명과 일치한다.) 장마당 구경하러 갔다. 감영은 서쪽에 조성되어 있어 우리는 서문을 통해 장마당으로 갔다. 가는 길 역시 그리 넓지는 않았고 팔려고 내놓은 소량의 무를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지나가면서 더 많은 무를 보았고(규모가 크지 않음), 더 나아가니 팔려고 내놓은 무가 가득했다. 길은 사람들로 뒤덮였고 우리가 동쪽으로 방향을 틀자 거기가 ‘커다란 시장’의 중심이었지만 이름을 아주 잘 못 지은 것 같다,

조선인들이 필요로 하는 바늘부터 쇠지레에 이르기까지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나와 있었다. 시장 광경은 우리가 서울에서 매일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시장 경기는 매우 활발했다. 우리는 방문자를 위해 가설된 건물로 올라갔다. 관찰사와 고관들이 이곳에 올라 커다란 밀짚모자부터 헐렁한 반바지 등 진열된 상품들을 천천히 둘러보는 곳이란다. 시장 광경은 참신한 모습이었고 대구는 단지 중요한 도시일 뿐만 아니라 결코 가난하거나 비생산적이지 않은 경상도의 한가운데에 있다. 우시장도 보았다. 이곳의 암소와 황소는 서울이나 북쪽 지방의 소보다 크지 않았다. 서쪽으로 더 가서 낮은 구릉에 올라 대구 도읍과 주변의 근사한 풍광을 볼 수 있었다.

구한말 전보 양식 Ⓒ 『뮈텔주교 일기』
구한말 전보 양식 Ⓒ 『뮈텔주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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