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는 동네 강아지들도 물고 다닙니다.
이맘때는 동네 강아지들도 물고 다닙니다.
  • 남광현
  • 승인 2021.05.16 2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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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 잠깐만요….”
지나가던 활어차가 운행 중인 교회 승용차를 도로 한복판에서 불러 세웁니다.
“왜 그러시지요?” 염려 섞인 말투로 응대를 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유, 저 아무개 아버지예유…. 지나가시길래 자연산 광어 좀 드셔보시게 드리려고유” “가져가셔서 회 쳐드세유”
사실, 순간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도로 한복판에서 무슨 시비를 걸려고 하는 것일까”라는 것이었다. 안전을 핑계 삼은 처의 거북이 운전에 필자도 답답함을 느낀 경험이 있었기에 시간이 돈이 되는 활어차들 입장에서 충분히 어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잠시 두려운 마음을 갖게 되었으나 이네 필자의 추측이 오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마을 어르신께서 자연산 활어 나눔을 하시려고 차를 멈추게 하신 것이다. 어촌 인심을 마음껏 맛보는 순간이었다.

충남 서천 마량항은 5월 중순이 되면 포구가 자연산 활어들로 지천을 이룬다. 코로나 19가 아니었다면 올해도 자연산 광어, 도미 축제가 마을에서 열렸을 것이다. 과거의 모습을 보면 이 축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 수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와 활어를 소비하게 된다. 자연산 활어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주말이면 축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수 킬로미터씩 줄지어 대기하는 모습들이 장관을 이루기도 했었다. 이때쯤이면 마을 인심도 넉넉해져 횟감 활어와 찜용 생선들이 선주(배를 가지고 있는 가정)의 집에서 이 집, 저 집으로 이고 지고 나르는 일이 시작되기 일쑤이고 이동 중 모르고 떨어뜨린 생선으로 길고양이들은 생각지 않은 횡재를 만나기도 한다.

동네 어르신들에게서 의미 있고 재미난 이야기를 듣는 때도 이때이다.
“목사님 오늘 자연산 광어와 도미 회 맛 좀 보셨어유?”
배가 들어오면 교우분들에게 이내 걸려오는 전화의 내용이다. 그리고 빨리 차에 고무 다라이 싣고 포구로 내려오시라고 말씀하신다. 내려가지 않으면 서운해들 하셔서 민첩하게 빨간색 다라이를 챙겨 내려가면 벌써 장사진을 이룬다. 마을 어르신들은 접안 해 있는 이 배, 저 배 구경하시느라 기웃거리며 인사를 건네주신다.
“목사님 회 쳐드시려구 내려오셨구먼유”
“예, 건강하시지요, 자연산 광어가 너무 좋고 크네요”
“그렇지유, 그런데 여기서는 막 죽은 놈들도 피 빼고 쳐드셔도 괜찮아유”
“예, 오늘 회 좀 드셨어요?”
“그럼유, 요즘 같은 때에는 동네 개들도 살아있는 자연산 물고 다니는데 왜 못 먹었것슈”
“예에….”

회는 반드시 쳐먹어야 한단다. 그리고 요즘 마을에서 자연산 회를 먹어보지 못하면 동네 개만도 못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마을 어르신들의 재미있는 응대에 웃음이 절로 나는 상황이다. 어촌 인심이 이렇다. 동네 강아들도 자연산 활어를 물고 다닐 정도로 흔한 시기에 회는 먹어보았냐는 인사가 참 정겹고, 어촌 사람들의 방식대로 회를 먹을 줄 알아야 진정한 회의 맛을 알 수 있다고 에둘러 표현하는 마을 어르신들의 투박한 말투는 그저 바닷가 교회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역할 감당하고 있다고 여기는 어촌 목사에게 더 분명한 어촌 지기의 삶에 관하여 고민하게 하신다.

요즘, 자연산 광어와 도미 횟감이 생각난다면 동네 강아지들도 물고 다니는 충남 서천으로 오시면 되겠다. 그리고 반드시 회는 쳐서 드시기를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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