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들비들 말린 생선과 갑오징어가 더 맛있다.
비들비들 말린 생선과 갑오징어가 더 맛있다.
  • 남광현
  • 승인 2021.05.29 16: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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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자연산 활어가 지천일 때 어촌의 풍경은 특이하다. 집집마다 매어놓은 빨랫줄에 빨랫감은 보이지 않고 대신해서 크고 작은 다양한 채반들과 생선들이 빼곡하게 줄 세워 매달려 있다. 이때는 거친 바닷일로 인한 빨랫감도 제법 많아 세탁기가 쉴새 없이 돌아간다고들 말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햇볕이 좋을 때 빨랫줄이 한가히 생선을 붙잡아 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빨랫줄에는 생선이 즐비하다. 어촌 아낙들의 부지런함을 엿볼 수 있는 것인데 밤새워 잡아 온 활어를 수협에서 수매하기 이전에 어판장(항구나 포구 주변에 활어들의 경매를 위해 칸칸이 막아 해수(海水)를 채워놓은 저수조가 있는 시설-필자 주)에서 값을 평가받을 때 활어에 생채기가 났거나 비늘이 떨어져 나간 것들은 아예 값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크기(무게)가 횟집에서 요구하는 만큼 되지 못하다는 이유로 값을 평가받지 못한 활어들은 결국 버려지게 선별된다. 어판장에 나가 볼 때마다 보기에 너무 좋은 생선인데 수매가 거절되는 활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밤새 수고해서 잡아 온 활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헐값에 처분되는 것을 보노라면 어부들이 수고가 안쓰럽게 여겨지고 경매사들이 야속하게 보이기도 한다.

필자도 이렇게 느끼는데 어부의 가족들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바다에 나가 조업을 하는 동안에는 식사는 고사하고 간식 먹을 시간도 못 낸다고들 한다. 조업을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으면 바닷속 어망에 갇혀 있는 생선들이 서로 부딪쳐 생채기가 나기 때문에 빨리 빼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가, 같은 만선의 기쁨을 누리더라도 수입에서는 한 번에 천만 원 이상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선주나 선원들은 시간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하기에 어부의 가족들에게는 뭍으로 올라온 생선 한 마리, 한 마리가 모두 소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수고의 고마움을 어떻게 하든지 마음으로 보여주고자 힘든 와중에도 생선 다듬기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개인적으로 이 시기에는 심방에 유의한다. 왜냐하면 심방의 목적이 불손하게 이해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정 심방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빨랫줄에 줄지어 있는 생선들을 보게 되는데 성도님들 입장에서는 목사의 생각과는 전혀 무관하게 목사가 빤히 쳐다보는 생선을 모른 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렵게 손질해서 잘 말려진 생선은 이미 보내질 곳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아들, 딸들 친인척들, 그들도 이맘때가 되면 비들비들 말려진 생선 맛을 잊지 못해 값을 치르고서라도 건네받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까지도 알 만큼의 경험이 있기에 이 시기에는 교회 주보에 “기도와 심방이 필요한 가정은 교회로 연락해주세요”라고 안내문을 싣게 된다.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감사하게도 심방 요청하는 가정이 적어진다.

빨랫줄에 걸어 놓은 생선이 어느 정도 비들비들 해 질 때가 되면 교우분들의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목사님, 사모님 계셔유?”
“예….”
“교회 마당인데요, 사모님 좀 잠깐 올라오라고 하셔유”
이미 눈치챘으면서도 모른 척 무슨 일 있으시냐고 헛 물음을 한다.
“아니유, 잡아 온 도미와 갑오징어 좀 말렸는데 이제 드실만해서유”
“그냥 한번 쪄 드시던지, 튀겨 드시던지 하시라구유”
“우리 애들은 기름에 튀겨서 먹는거시 더 맛있다고들 하는디 모르것네유”
“사모님이 잘하시니까 한번 드셔 보셔유”
“권사님 감사해요, 기도하며 맛있게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어부인 교우분들의 수고와 나눔의 마음을 헤아리며 말씀에 순종하듯 튀기기도 하고, 찌기도 해서 식탁 위의 내놓은 생선을 바라보노라면, 무지렁이 목사를 버리지 못하시고 이 바닷가 교회에 두어 교우들의 사랑을 눈으로, 맛으로, 마음으로 보게 하시며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가르치시는 주님의 은혜를 온전히 느끼며 눈물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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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현 2021-05-29 15:57:00
이렇게 작성하는 것이 옳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