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사돈 오셨어요?
개 사돈 오셨어요?
  • 남광현
  • 승인 2021.06.13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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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른이 돌아가셨다. 교회에 나오시지는 않았지만 10여 년 넘게 한마을에서 인사하며 지내오던 어르신이었다. 목사의 핑계지만 복음 전할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은 가정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항상 교회 마당을 지나칠 때마다 구릿빛 미소로 인사를 나누어 주셨던 분이시다. 그런 분이 바다에 나가 어장 그물을 다루다 그만 기계에 끌려 들어가 처참한 죽음을 맞으신 것이다.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된 마을 분위기는 침울하다 못해 참담한 지경이 되었다. 평생을 바다에 나가 어장을 다루던 어부이었을 뿐만 아니라 흔히들 말하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 바로 그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바다에 나가 변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다에서 사고가 나면 정말이지 난감하기가 그지없다고들 하신다. 바다에서의 사고는 거의 죽음을 담보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요즘 어선마다 비상 통신장비가 잘 준비되어있는 편이라고들 하지만 바다 위의 배 안에서 발생하는 급박한 상황에 대처할 방법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난감한 것이다. 위험한 발상이지만, 오히려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는 구조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이유는 어선이 전복 위기에 처하게 되면 자동으로 그 어선의 위치를 관할 해양경찰청에 알려주는 자동위치발신장치(V-PASS)가 의무적으로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배가 포구에서 출항하려면 반드시 이 장치에 전원을 켜야 하고 운항 중에도 항상 장치가 활성화되어 있어야 한다.

바다 위, 배 안에서 어장을 관리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여서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결국, 이런 문제가 법 없이도 살 사람인 어르신을 돌아가시게 했다. 장례를 치르는 곳에 조문을 위해 들렀을 때 마을 아주머니 한 분이 장소와는 관계없이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와서 고맙기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이구, 우리 사돈 오셨네유….”, “예?...”

그리고 함께 조문 온 어르신께 필자를 인사를 시킨다.

“어르신 여기, 우리 사돈이세유”

“아…. 누구시라고?”

“우리 개 사돈이에유” “개 사돈….”

소개를 받는 어르신도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하신 것이 분명했고, 순간 필자도 이것이 무슨 말인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와 사돈지간이라고?’

‘저분이 장례식장에서 무슨 막말이신가? 나를 다른 목사로 오해하고 계시는가?’

어르신과 필자 모두 말을 잇지 못하자 본인이 직접 설명해 주었다. 말인즉, 어떤 개가 본인 집에 무단침입(?)을 해서 당신네 개와 신혼살림을 차렸었고, 후에 출산을 준비해야 했는데 아무래도 산후조리는 시댁에서 시켜야겠다 싶어 사위네 집을 이 잡듯이 찾았지만 끝내 못 찾았다는 것이다. 그 뒤 우연히 교회 마당에서 사위 개를 만나게 되었고 그래서 교회 목사네와 본인네는 사돈지간이라는 것이다. 사실 필자도 교회 개가 2주 가까이 보이지 않아 동네를 돌아다니며 찾았었기 때문에 그분의 말씀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장례식장에서 “개 사돈 오셨어요”라는 인사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 그런데 이 인사가 깊은 슬픔에 잠겨 있던 유족분들에게 아주 잠시라도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필자로서는 생각지 않은 사돈을 두게 되었으나, 갑작스러운 슬픔에 직면한 유족분들을 위로하기 위해 내놓은 인사로서는 시골 아주머니의 지혜와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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