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걸리리이다
걸리면 걸리리이다
  • 신상균
  • 승인 2021.03.25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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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0일,
9박 10일의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우리나라는 난리가 났습니다. 성지순례를 다녀온 경북 북부권 천주교 신도 중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 모임 중에 감기 기운으로 기침하던 사모님이 계셨습니다. 게다가 저도 감기에 전염되었는지 계속 콧물이 나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지방 목사님들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성지순례 발 코로나로 인하여 성지순례를 갔다 온 교회는 예배를 드리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사는 동네에서도 우리 지역 목사님들이 성지순례 갔다왔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교회에 대하여 거리감을 두고 있었습니다.

저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다 교회가 지역사회로부터 외면을 받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22일인 토요일 제가 결혼식 주례를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성지순례 다녀 온 목사가 감기에 걸려 주례를 하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일인 것 같았습니다.
22일 토요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결혼식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콧물을 동반한 감기는 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결혼식장에 도착하여 신랑 아버지인 우리교회 집사님을 만나는 순간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집사님께서 저를 너무 반갑게 맞아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걱정하고 두려워할 수 있는데, 그런 기색은 하나도 없이 여행 잘 다녀오셨느냐고 오히려 제 걱정을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결혼식을 무사히 마친 후 저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보건소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성지순례를 다녀왔다고 하면서 검사 받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당장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보건소에 도착하여 하얗고 긴 면봉으로 코와 목에 넣어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를 받은 후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별별 소리가 들려옵니다. 심지어는 제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문까지 들렸습니다. 장로님은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어떻게 교회 예배를 안 드립니까? 오실 분들만 오시라고 하십시오.’
다음날 주일, 불안감이 밀려옵니다. 혹시 코로나에 걸렸으면 어떻게 하지? 우리 교인들은 어떻게 하지? 차라리 내가 예배를 인도하지 않는게 더 낫지 않을까? 예배 시작하기 전까지 계속 걱정하고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한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주례도 했으면서 뭘 그렇게 걱정하냐.’

결국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겼습니다. 그리고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날 성도님들 중에 빠진 분은 별로 없었습니다.
8시 1부 예배를 마치고 난 9시 15분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음성입니다.” 그 순간 마음이 시원해 지는 것 같았습니다. 11시 예배 때 너무 좋아서 광고했습니다. “코로나 검사했는데 음성이랍니다.” 그리고 나서 그 다음주도, 그 다음주도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다른 교회는 예배를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잠복기가 2주이기에 최소 2주 예배를 못 드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왔기에, 아무 문제 없이 예배를 인도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저는 성도님들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성지순례 갔다왔는데 어떻게 예배에 참석을 하셨어요?” 그러자 우리 성도님들 대답하십니다. “걸리면 걸리지요.” 그 이후로도 교회는 계속 예배를 드렸습니다. 숫자 제한일때는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9부 예배를 드렸고, 집합금지 일때는 ‘교회출입기도회’를 통하여 개인적으로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렸으며, 송구영신 때는 1월 1일, 교회에서 가족별로 나와 예배를 드리고 안수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어제도 수요예배를 2부로 드렸습니다.

이번 주 속회공과 제목이 ‘죽으면 죽으리라’ 입니다. 그 제목을 보는 순간 ‘걸리면 걸리리라’고 고백했던 우리 성도님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첫 번의 두려운 선택이 결코 후회하지 않았던 선택임에 감사드립니다.

코로나 모두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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