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사님인가? 장모님인가?
권사님인가? 장모님인가?
  • 신상균
  • 승인 2021.03.1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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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하루종일 방송실에서 고생을 했습니다. 새로운 카메라와 영상 스위처를 설치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설치하는 기사분도 왜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기사분의 몸에 이상이 생겨서 설치만 해 놓고 가셨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시면서 기사분은 일주일 정도 있어야 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영상 장비를 새로 구입하여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한 채 일주일을 지날 생각을 하니 속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과 유튜브를 찾아 공부하다 보니 저녁 10시가 되고 말았습니다.
월요일은 좀 쉬어야 했지만, 오히려 신경을 많이 쓴 덕에 피로감이 몰려왔습니다. 그러나 사용법을 알게 되었고, 문제의 증상을 해결할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화요일 새벽 예배를 드리며 어제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면서, 늦게까지 고생해서 힘들지만 잘 해결되어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주일부터 누적된 피로감을 달래기 위해 아침 일찍 이발소에 다녀온 저는 아내에게 오늘은 점심을 나가 먹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외식이라도 하면 피로감이 사라질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점심 때가 되었을 때 아내는 우리교회 권사님 댁에 가자고 했습니다 권사님이 점심을 준비해 주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외식을 하려고 했던 저는 흔쾌히 아내와 함께 권사님 댁에 갔습니다.

권사님의 식탁에는 솥단지가 놓여 있었고, 구수한 냄새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자 권사님이 말씀하십니다.
“오늘 새벽에 목사님 많이 피곤하신 것 같아서 백숙을 해 놓았어요. 토종닭으로 해 놨으니 많이 드시고 회복하세요.”
뚜껑을 여는 순간 확 다가오는 백숙 향기, 그 향기를 맡는 순간 갑자기 장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벌써 오래전에 돌아가신 장모님!
‘우리 장모님이 살아계셨으면 씨암탉 잡아 주셨을텐데 장모님을 돌아가시고 권사님이 토종닭을 잡아 주시네.’

그랬습니다. 그 권사님은 장모님 같았습니다.
집에 김치가 떨어질만하면 배추김치, 열무김치, 물김치등 각양 각종의 김치를 해서 갖다 주셨고, 계절이 변화되면 곰국, 육개장, 소고기국, 김치찌개와 같은 국과 찌개를 한가득 노란 양동이에 가져다 주셨고, 명절이 되면 양념갈비와 식혜를 해다 주셨습니다. 그것도 얼음 동동 띄워서... 장모님이 연세가 많아 일찍 돌아가셔서 장모임이 해 주시는 음식을 별로 먹지 못했는데, 권사님이 장모님보다 더 많이 음식을 해 다 주셨습니다. 덕분에 아내는 이곳에 와서 18년동안 한번도 김치를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울컥 해 집니다. 장모님이 생각나서 그런 것인지, 권사님이 음식을 차려 주셔서 그런 것인지...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닭다리도 뜯어 먹고
죽도 먹고
과일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비록 장모님은 일찍 돌아가셨지만, 권사님들 덕분에 그 사랑을 받고 삽니다. 오늘도 권사님이 싸다 주신 식혜를 먹으며 생각합니다.

‘장모님 같은 권사님,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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