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내돈내산
  • 신상균
  • 승인 2021.04.0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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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우리교회 성도님이 저를 만나고 싶다고 아내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아내에게 무슨 이유냐고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아내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분은 항상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는 분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성도님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어 기다리고 있는데 과일을 사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봉투를 내미셨습니다. 그러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어려운 교회 위해서 선교비 조금 모았습니다. 목사님께서 필요한 교회에 쓰세요.”
100만원이었습니다. 시골에서 100만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게다가 70세가 넘으신 분에게 100만원은 그리 쉽게 모을 수 있는 금액도 아니었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필요한 교회를 위해서 쓰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기도를 해 드린 다음날부터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성도들이 정말 아끼고 아껴서 모은 선교비를 어떻게 써야할까? 그리고 새벽마다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밴드에서 불이 난 교회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3월 28일 교회에 불이나서 집도 교회도 다 타버린 교회였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교회를 도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제가 전혀 모르는 교회였기에 썩 마음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제가 잘 아는 교회를 돕는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며 기도하고 있던 4월 6일, 제가 아는 목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그 목사님께서 자기 지방에 불이 난 교회 있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가만이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가 본 그 교회였습니다.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 목사님에게 교회에 대한 소식을 자세히 듣고, 우리 성도님의 헌금과 우리교회 선교비를 합하여 보내드리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성도님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교회를 위해 자신이 모은 돈을 아낌없이 드릴 수 있을까? 하늘의 축복을 바라기 때문일까? 아니면, 받은 은혜가 감사해서일까? 만약 내게 100만원이 생긴다면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그 100만원을 쓰라고 드릴 수 있을까? 요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성도들은 ‘내돈내선’ 내돈으로 내가 선교하고 있는데, 우리 목사들도 ‘내돈내선’하고 있는가?
물론 목사님들은 헌금을 많이 하십니다. 선교헌금도 하고 건축헌금도 하고, 구제헌금도 합니다. 그런데 내 교회가 아닌 내가 모르는 사람을 위해 돈을 모아 과연 드릴 수 있을까요? 심지어 친구끼리 밥을 먹으면서도 ‘내돈내산’하지 않고, ‘교돈내산’ 교회 돈으로 밥을 사고 있지는 않은가요?

갑자기 전도사 시절 강의하시던 목사님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내돈으로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주면 아이들이 감동하지만, 교회 돈으로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주면 아이들은 당연한 것으로 안다.”
나의 씀씀이를 되돌아 봅니다. 혹시 나도 ‘내돈내산’을 잃어버리고, ‘교돈내산’을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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