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추수감사절 때 받는 선물
10년째 추수감사절 때 받는 선물
  • 민돈원
  • 승인 2020.11.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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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추수감사절 1주 전 이때쯤이면 한해도 거르지 않고 청량고추가 가득한 1박스(10kg)가 택배로 배달된다. 멀리 진주에서 오는 귀한 선물이다. 이 고추가 생산되는 진주시 금산면 속사리는 오래전부터 대단위 비닐 하우스 고추 재배 농가들로 전국에 널리 알려진 곳이다. 한 농가당 거의 600평가량의 하우스 2-3동 정도를 경작하는 가정이 많다.

지난 몇 년 전에는 진주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경작하던 상당지역의 농토가 혁신지역으로 편입되다 보니 대부분 다른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여 일부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십 년간 그곳에서는 물론 이주한 지역에서도 하우스 고추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교회가 바로 혁신도시 지역이자 속사 고추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성도들도 대부분 주업이 고소득의 고추 농사 가정들이다. 동시에 그들은 교회 충성스런 분들이었고 매우 성실했다. 나는 지금도 그분들 만한 충성스런 분들을 만나본 적이 없다. 요즘 들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그곳에서 목회할 때 이들의 일과를 소개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들의 하루 일과는 새벽기도시간인 5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일터로 나간다. 한참 모종을 심고 일손이 많을 때는 숨이 막힐 정도의 뜨거운 하우스 속에서 종일토록 일하다 보면 땀으로 범벅이 된다. 몸이 지친다. 그리고 저녁에 돌아오면 씻고 식사 후 쉬고 싶을 텐데 매주 제자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그 훈련도 다 소화해 낸다. 그러고 나면 밤 9시~10시가 가깝다. 그 과정이 끝나면 다시 16주 중보기도훈련도 2시간씩 실시했다.

그런 과정들을 말없이 따라온 분들은 지금도 충성스럽기 그지없다. 평소 온몸으로 섬기는 삶이 몸에 배어있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기에 내가 더 고맙고 감동이 된다. 그리고 갓 수확한 첫 열매를 강단에 바친다. 지금부터 수확하여 이듬해 초여름까지 계속 수확기이다. 시세가 좋을 때는 연봉이 적지 않다.

수고한 만큼 받지만 그보다 늘 기도하며 하나님 중심으로 충만한 은혜속에서 살려 하기에 그 고된 수고보다도 기쁨이 더 커 보인다. 그런 은혜를 못 잊어서인지 10년째 교회에서 충직하고 한결같은 권사님 부부가 하우스 농사해서 처음으로 수확한 상품을 판매하기 전 그곳 교회와 내게 맨 먼저 구별하여 보내고 있다.

싱싱한 이 고추가 수확되기까지는 그분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서린 감격의 선물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그분들을 영원한 하늘나라의 레전드라고 부른다. 목회 여정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아굴라-브리스길라와 같은 부부이다. 이와 버금가는 몇 가정 더 꼽을 수 있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바울은 디모데후서 3:1-2에서 말세의 여러 가지 징조를 열거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풍요롭고 살기가 편해져 가는 것 같지만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은 바울의 우려대로 도리어 ‘감사하지 아니하고’ 라는 말씀을 결코 간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번 추수 감사는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로 주신 것을 감사하는 마음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또 다른 감사를 생각해 본다. 그것은 잊을 수 없는 사람이 내 곁에, 또는 멀리 떨어져 있으나 늘 마음이 통하며 감사 또 감사하다고 얼굴을 그리며 불러보고 싶은 사람들이 물씬 떠올려지는 그런 추수 감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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