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자신감
노인 자신감
  • 김재용
  • 승인 2018.11.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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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목회 칼럼 33

교인들의 가정사를 듣다보면 어쩔 수 없는 형편으로 인해 부모님 중에 한 분을 요양원에 입원시키고 돌보는 경우들이 있다. 아버지가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병간호를 해야 하는데, 어머니의 건강 또한 좋지 못해서 다른 방법이 없어 부모님 집 가까운 곳을 선택하여 입원시키고 종종 자녀들이 찾아뵙는 케이스가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분의 경우 아내와 사별하고 아버지 혼자 계시니 끼니 걱정하고 건강 걱정하던 자녀들이 아버지의 동의를 얻어 입원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두 경우 몇 달 동안 시설에서 지내다 자녀들에게 요양원에 있지 못하겠으니 나가게 해 달라고 한다. 자녀들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배우자에게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장기요양 시설에 들어왔으나 주변에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분들을 보면서 자신의 질병도 더 심해지고 절망 밖에 없어서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하신다고 했다.

그래서 자녀들이 댁으로 오도록 퇴원 조치를 하고, 주간 보호센터에 오고가면서 건강상태도 좋아지고 긍정적 생활로 전환되어 가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 케이스를 갖고 교우들과 주일 점심시간에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하나같이 한다는 말이, 다른 환자들과 함께 병실에서 생활하다보면, 함께 방을 사용하는 동료환자들을 지켜보니 입원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몸은 더 나빠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우울해 지고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 유치원이 있다면, 노년기의 삶을 사는 노인을 위해서도 소위 노치원이라 불리는 주간보호센터를 다니면서 건강하게 교제하는 것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되었다.

왜 노인들은 노년의 삶 속에서 타인의 건강이 나빠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될까? 노년기에 경험하는 건강에 대한 자신감 결여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자신 있게 만족하는 사람을 만나보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노인은 언제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모든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언제 맞이할지 모른다. 그러나 노년기에는 그 불안감이 더욱 증대되는 것이 사실이다.

죽음에 대한 자신감,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다면 어떨까? 이미 노년기 인생의 건강은 노화라는 과정을 통해 계속 건강상태를 잃고 있다. 그것을 역주행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마음으로는 역주행을 원하고 현재의 상태를 만족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에 자신이 없다. 노인은 늘 불안하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자신감,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의 건강 상태를 인지하고 솔직히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당뇨병, 고혈압, 협심증을 비롯해서 암에 이르기까지 모든 질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인간의 삶이며 누구나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 이치이다. 지하철에 오르면 경로우대석에 앉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이는 없다. 그리고 노약자석은 항상 노년을 위해 배려된 자리이다. 마찬가지로 건강 상태가 나빠지더라도 그 자체를 인정하고 “나는 노인이다.” 받아들이고, 횡단보도에서 무리해서 뛰거나 걷지 말고, 주변에 내가 노인이어서 보행이 어려우니 양해를 부탁하고 당당하게 걸어서 횡단하기를 권하고 싶다. 운전도 그렇다. 최근 노인 운전자의 증가로 인해 면허 갱신에 대해서 많은 의견들이 나타나고 있다. 초보운전에 버금가는 “노인 운전자 운전 중”임을 밝히고 당당하게 안전운행을 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노인임을 자신 있게 인정하고, 자신 있게 밝히며, 타인들로 하여금 도와드릴 부분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도록 해서 서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면 현재보다 노년기의 삶이 더욱 현명하게 되리라 생각된다.

병든 내 자신을 인정하는 자신감으로 노년기의 삶을 살아가면 더 심신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노치원에 다니는 것이 흠집이 아니라 혼자 방에서 이리 저리 구르고 있는 것이 병을 키우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자신 있게 자신을 인정하고 노년기의 황혼을 멋지게 마무리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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