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이런 일이
나에게 이런 일이
  • 김재용
  • 승인 2018.11.08 0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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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목회 칼럼 31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 주제가 되었다. 지난 주간에도 권사님 한 분께서 우연히 병원을 찾았다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놀라운 마음을 감추지 않고 전화를 하셨다. 어려서부터 암기를 잘해서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심방을 가면 각 나라와 그 수도를 말해주시곤 했다. 또 기억력이 좋아서 전화번호를 외워서 전화 통화를 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던 권사님이 최근부터는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셨지만 어려서부터 약한 시력을 제외하고는 성인병 하나 없이 건강을 조심스레 관리하면서 지내온 분이다.

한 편으로는 염려가 있었다. 건강검진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건강하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지 않았다. 안과를 다녀보시라 권해도 응하지 않았다. 이유는 잘못된 결과가 나오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감예방 주사를 맞으러 보건소에 갔다가 혈압과 당뇨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까무러치게 놀라고 말았다. 건강에 자신 있다 생각했으나,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너무 무서웠던 것이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문 걸어 잠그고 담임목사인 내게 전화를 한 것이다.

평소에 다녀오시라 해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안하시면서 검진 결과와 맞닥뜨리기 싫어서 회피하고 배회하다 우연한 기회에 체크하게 된 것이 나쁜 소식이 된 것이다. 연약해 지고 결국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긴 전화 통화로 일단 안정을 드리고 심방약속을 잡았다.

누누이 말하지만 건강을 내려놓고 노인의 생활을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미리 챙기라는 당부를 하지만 이렇듯 불안감을 갖고 있어서 건강의 나쁜 결과와 맞닥뜨리기를 불안해하면 이 또한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건강 상태를 과신하거나 맹신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평소에 지속적으로 건강 체크를 해서 약해지는 부분에 대해 관리해야 한다. 칠순이 넘어 고혈압과 당뇨가 나타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고혈압과 당뇨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전화하시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는 당장이라도 죽음이 온 듯 한 상황이었다. 천천히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드리기 시작했다. 당뇨와 혈압이 나타나고 초기에 발견하게 되었으니 전문의를 찾아가서 처방을 받고 운동과 식사를 조절하면 가능한 질병이니 너무 염려하시지 말라고 했다. 내 주변에는 모두 고혈압과 당뇨 질환자가 있어서 그런지 큰 병으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먹으면서 운동하면 관리할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되어지는 것에 불과하지만, 처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마치 내일 모레면 장례를 치러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이다.

‘어찌 나에게 이런 일이?’라고 받아들이지 말고 나도 내 몸에 있는 질병들과 잘 지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완치 시점을 멀리 두고 서서히 관리하는 마음가짐으로 질병과 친구를 맺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마음 상태가 될 것이다. 뼈가 부러지거나 피부에 상처가 난 것은 꿰매고 수술해서 붙이고 등등의 방법을 찾을 수 있지만 만성적 질환과 노인성 질환 등 우리 몸을 사용한 이후에 나타나는 질병들은 친구 삼아 잘 관리하면서 치료하는 것이 더욱 낫기 때문이다. 마으을 다스리고 질병을 관리해서 노년의 삶이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 더욱 건강하기를 기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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