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노인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노인은 없습니다
  • 김재용
  • 승인 2018.11.15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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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목회 칼럼 32

칼럼을 연재하게 되면서 마음에 드는 생각이 있다. “글을 쓰고 싶은데, 정말 잘 쓰고 싶은데…” 그런데 이와 같은 마음을 혼자만 하고 있는게 아니었다. 최근에 위즈덤 하우스에서 발간된 이다혜 작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라는 책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와서 위로가 되었다. 저자가 쓴 프롤로그의 한 부분을 옮겨 본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는 제가 이십여 년간 경험한 글쓰기 시행착오의 기록이자 어렵게 발견한 방법론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가와카미 미에코의 대담집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회고하는 신인 작가 시절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 쓰지 못했다’라고 그는 당시를 떠올리는데요, 편집자에게 문장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더니 들은 답이 이랬다고 합니다. “괜찮아요, 무라카미 씨, 다들 원고료 받아가면서 차차 좋아집니다.”

세계적 작품을 남긴 무라카미 하루키 조차도 자신의 문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는 신인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순간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이 없기에 열심히 쓰고 또 쓰자는 마음을 가슴에 기록해 보았다. 한편 설교자로서 강단에 서서 회중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목회자로서 삶도 비슷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 신학대학을 다닐 때에 설교를 하면 선지가 같은 희열도 느껴 보았다. 대학원을 다닐 때는 얼마나 많이 아는지에 대해서 떠들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전도사와 선교사 다시 한국에서의 교역자 과정을 거치면서 설교의 부족함을 계속 느끼게 된다. 설교 꺼리의 부족이 아니다. 내용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삶의 부족을 바라보게 되면서 젊었던 시절의 설교가 얼마나 부족한 것이었던지 깨닫게 되니 들으면서도 앉아 있던 회중들에게 미안하고 송구할 뿐이다.

처음부터 좋은 목사는 없었다.

또한 이 생각에 머물다보니, 《처음부터 좋은 은퇴자, 노인은 없다.》 내가 언제 은퇴하기 때문에 혹은 노년이 되기 때문에 준비하고 공부한 후에 노년기를 맞이하자고 생각하는 분을 한 번도 만나본 경험이 없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방송 프로그램 제목과 같이 어쩌다보니 벌써 노년이 되어있다. 그래서 노년기도 초보가 되어 방황하기도 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노년부 회원 되는 것을 꺼리는 분도 있다. 나이와 외모는 노년일지라도 아직 노년이 아니라는 청춘 마음 때문에 쉽게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이 나타난다.

〈처음부터 잘 사는 노인은 없습니다〉는 것을 우선 명심하는 것이 좋겠다.

자동차 운전을 할 때, 초보운전이라는 표식을 달고 다니는 이유는, 자신의 운전실력을 알려서 답답하면 넘어가든지 수월하지 못한 차선변경 등 다양한 운전 스킬이 없는 관계로 도로에서 답답함을 주더라도 인정해 달라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급한 운전자들은 훌쩍 넘어서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마찬 가지로 노년기의 고령운전자들을 위해서 ‘초보운전’을 알리는 것처럼 노년기의 운전자가 운전중이라는 점을 주변에 알려주고 배려하면서 교통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마찬가지로 노년 초보기에는 자신이 노년 초보임을 밝히고 다양한 내용을 은퇴 선배들로부터 전해 듣고 준비할 수 있도록 경청의 복이 임하기를 기원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쓰기에 대한 고민에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내용상 처방되는 것과 같이 지질학적으로 단층의 변화처럼 인생에 나타나는 노년 초보기 때에는 처음부터 잘 한 사람 없다는 마음으로 도전하고 도전하면서 일을 배우고, 사람과의 관계 형성을 배우면서 성장하는 사회인이 되듯, 노년기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노년 초보기 때 잘 적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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