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들이 알려준 생일
임원들이 알려준 생일
  • 민돈원
  • 승인 2017.09.0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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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낮 예배가 끝나면 매주일 교회에서는 각 속별로 정성스럽게 섬기는 손길들을 통해 거의 다른 메뉴로 잘 준비된 식사를 한다. 그런데 지난 주 식사준비가 다 됐는데도 왠지 모르게 잠시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다. 이윽고 케이크에 촛불이 점화되고 한 아름의 꽃다발 그리고 또 다른 선물까지 준비되었다. 알고 보니 내 생일 축하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그 주간에 생일날짜가 있는 경우 주일에 성도들이 모인 가운데 축하를 하는 게 아마 대부분 교회의 통상적인 관례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우리교회도 그런 시간을 갖는다.

사실 그러기 전까지 나는 전혀 내 생일 축하시간인지를 정말이지 모르고 있었다. 이번주간에 있는지조차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주일에 그렇게 하니까 뒤늦게 달력을 보고 확인해 본 결과 목요일이었다. 가는 교회마다 주요 임원들 몇 몇 분들이 기억하여 꼭 챙겨주곤 하는 모습은 매우 고맙고 따뜻한 마음의 온정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당사자인 나도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생일을 먼저 기억해주는 그 사랑 하나만이라도 간직하고 살아가면 좋으련만 그렇게 잘 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목요일 실제 생일이었던 날 오전, 가장 먼저 휴대폰에 축하 메시지 하나가 들어왔다. 7년 전 떠났던 모 교회 집사님이 보낸 메시지였다. 그 일부를 그대로 옮겨본다.

‘목사님. 오늘 생신이시죠. 축하드립니다.♡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까지도 듣기를 원하시는 목사님...(중략) 목사님께 멋모르고 순종했던 (지난날)삶이 세월이 지날수록 빛이 나고 복이 됨을 깨달으며 늘 감사함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주일에 받은 교회에서 제공한 이런 저런 사랑도 감사했지만 7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집사님이 잊지 않고 보내 준 메시지 선물은 또 다른 특별한 힘이 되었다. 사실 이들 부부는 당시 30대로써 그 교회를 담임할 때 매 주일마다 1년 반 과정의 제자훈련- 교재 예습, 예배100% 출석, (새벽)기도생활 점검, 성경읽기 점검, 매주 성경암송, 훈련시간 엄수-등에 걸쳐 일대일로 끝까지 전 과정을 통과하여 수료함으로써 인정받은 신실한 일꾼들이었다. 아마도 그 때를 떠올렸던 것 같다. 즉 그 당시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순종하면서 지내놓고 보니 그렇게 훈련받은 그 결과 자신들의 삶에 큰 변화와 유익이라는 뜻일 게다.

내가 생각할 때도 그 당시 그들을 옛날 군대에서 쓰는 용어와 같이 FM(FM은 야전교범, 즉 Field Manual의 약자로, '편법 없는 원칙'이라는 뜻)대로 빈틈없이 훈련시켰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그 집사님이 내 생일이던 그날 가장 먼저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기에 더 귀하게 여겨졌다. 그리고 뒤늦게 온 내 여동생들의 축하 메시지였다.

목사의 최고의 보람과 큰 기쁨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적어도 내 경우는 이렇다. 즉 지난 날 가르치고 훈련시킨 영적 제자들이 마치 논밭에 심겨진 먹 거리 식물들이 뜨거운 태양빛과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라 때가 되매 잘 여물어 수고한 농부의 마음을 기쁘게 하듯이, 내게 배운 그들 역시 실제 삶의 본이 될 만큼 변화되고 성숙한 인격을 가진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볼 때이다.

그러기에 한 사람의 건강한 성도는 한 지역의 건강한 교회를 만들 것이고, 한 지역의 건강한 교회는 한 시대의 희망을 주는 사회를 이끌어 갈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이런 성도를 한 사람이라도 더 세우고, 이런 희망을 주는 교회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꿈꾸며 늘 고뇌하기에 하나님께 더 무릎으로 더 가까이 나아가지 않을 수 없음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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