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은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이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은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이다.
  • KMC뉴스
  • 승인 2016.10.2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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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국가권력이 행사한 불의한 폭력에 의한 살인이다. 우리는 국민을 향해 살인적인 폭력을 휘두르고도 반성할 줄 모른 채 오히려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명분쌓기용 부검을 강행하려는 경찰과 정부의 행태에 분노하며 참담한 심정으로 아래와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유가족들은 부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수차례에 걸쳐서 분명하게, 너무나도 분명하게 밝혔다. 또한 전 국민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는 장면을 찍은 영상을 통해서, 그리고 그저께 밤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백남기 농민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 때문임을 확인했다. 방송은 물대포의 안정성에 대한 경찰의 실험 결과는 완벽한 허구이며,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나 훈련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만천하에 보여주었다. 경찰은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이웃으로서가 아니라 어떠한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쫓아내고 물리쳐야 할 적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국가폭력에 의한 살인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반성은커녕 오히려 대규모 경찰병력을 대동한 채 점령군처럼 유가족들을 찾아와 영장집행을 위한 명분 쌓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을 상대로 최후의 선전포고를 하는듯한 섬뜩한 인상마저 받게 된다.

지금 이 순간, 정부와 경찰이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부검을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할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유가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일이다.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끝까지 국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으려 하는 정부와 경찰의 행태에 탄식과 분노를 금할 수 가 없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박근혜 정부와 경찰을 향해 엄중히 경고한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은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이다. 더 이상 무의미한 부검 논란으로 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를 가중시키지 말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유가족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불의한 국가폭력에 대해, 또한 진즉에 잘못을 인정하고 진실규명을 위해 힘쓰지 못함으로써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하고 또 사죄하라.

법원이 제시한 영장 집행 기한인 10월 25일은 “협의”라는 명분을 쌓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 아니라,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함으로써 국민을 위한 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허락된 마지막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백남기 농민에게 가해진 살인적인 국가폭력에 분노하며 국민의 생명이 하늘같이 존중받고 소중히 여김 받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다.

2016. 10. 24.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 의·평 화 위 원 회
위 원 장 윤 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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